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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빛 - 단편
밍키넷 0 8,584 2023.06.02 14:36
밤빛 … 난 못 생겼다. 어딜 가든 외모 하나로 사람들 쫄게 할 수 있을 정도. 못 생겼다고 하기 보단 무섭게 생겼다는 게 맞는 걸지도. 키는 그래도 180 가까이 되는데 19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저음의 목소리랑 무서운 외모 때문인지, 아니면 소심한 성격 때문인지……지금껏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요것저것 따져봐서 이 나이에 애인이 없단 건 연애인들에 비해서 자연스러운 걸지도 몰라. 남친, 여친 있다고 떠드는 애들보단 없어서 조용한 애들이 더 많으니까. 근데 문제는 이런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니라, 내 성욕의 정도에 있다. 그것이 얼마나 강하냐면, 지금처럼 이름도 얼굴도 모를 여자애의 뒷모습에 끌려 바짝 따라붙어 걸을 정도. 정작 정면에 서면 고개도 못 드는데, 아담하고 가녀린 뒷모습만 보면 정신이 멍해지면서 어느새 그 애의 뒤를 쫓고 있다. 이럼 안 되는데……하면서도 깜깜한 밤엔 봉긋하게 솟은 엉덩이부근 치마 라인을 보며……. 대부분 내 또래 여자애들을 쫓는다. 동년배가 취향이라거나 한 건 아닌데 왠지 중학생이나 초등학생은 여자라도 다가가기 무섭다. 강간하고 나서 죄목이 커질 거 같은……그렇다. 나는 단순히 뒤를 쫓는 게 아니라 여자를 따먹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난 왜 이다지도 성욕이 강한지. 잡히면 콩밥을 먹게 되겠지만 그런 걸 신경 쓰기엔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검은 머리칼이 허리까지 늘어진 가녀린 여자애 하나 목표 삼아 뒤쫓고 있었는데, 이 여자애도 어김없이 아파트단지로 들어갔다. 동은 모르겠지만 밖에 선 채로 바라보니 3층쯤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걘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으니 몇 층에서 내릴지 내가 알 순 없는 거였으나 3층 복도 등이 켜지면서 그 아래로 여자애가 문을 따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여서 알 수 있었다. 곧 복도 측 창문에 불이 들어오는 걸로 보아 그 때까진 집안에 아무도 없었단 사실을 알게 됐지만, 여느 때와 같이 들어갈 방법이 없었고 설혹 들어간다 해도 누가 있을지도, 혹은 누가 올지도 모르고. 애초에 문이 열려 있다면 들어가거나 할 텐데……. 그 때 굉장한 일이 벌어졌다. 멍하니 여자애가 들어간 호를 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백색 운동복 차림으로 밖으로 나온 게 아닌가? 그것뿐이었다면 또 기회를 노린답시고 쫓아갔겠지만, 놀랍게도 문에 걸린 우유 담는 천 때문에 문이 덜 닫혀 버린 걸 봐버렸다. 여자애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허리를 좌우로 살살 틀며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면서 복도를 걸었고, 불 꺼진 창문은……집 안에 아무도 없을 가능성을 극대화 시켰다. 심장의 고동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그냥 갑자기 내 시야가 또렷해지면서 호흡이 가라앉았다. 지금 내 모든 건 집에 들어갈 가능성과 그 이후의 일을 계산하기에 바빴다. 어떻게 들어갈지……. 엘리베이터를 탄다면 CCTV 때문에 안 되니 걸어가야 하고, 경비실을 어딘지, 주변에 사람은 어디어디, 내 행동이 지금 이상하진 않은지…당연히 시커먼 사복을 입고 있으니 그건 됐고……. 이러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 근처에 왔을 때, 그 여자애가 3층에서 내려와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두근! 조금 웃겼다. 당연히 내려올 거란 생각은 했지만 막상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강간하고 싶은 여자애의 집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그 집주인이 아무것도 모른 채 옆을 지나간다. 그리고 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처하며 계단을 밟는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하하, 이거 참…….” 계단의 난간을 붙잡지 않으면 올라가지 못할 거 같아 한 손으로 쥐고 끌어당기며 3층에 올라섰다. 딱 올라서서 가장 먼저 살핀 건 3층 복도에 누군가가 있진 않은지와, 밖으로 나간 여자애의 위치였다. 복도엔 아무도 없었고 여자애는 지금 막 단지 입구를 비껴나가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돌아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나는 걸 보며, 난 덜 닫힌 문 앞에 서서 숨소리마저 죽인 채 슬쩍 열고, 다른 차원에 발을 들여놓는 것 같은 이질감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수영장에서 물속에 들어가는 기분 같았다. 집안은 어둑했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사람(특히나 학생 혼자 생활할 가능성은 낮으니)에 대비해 쥐죽은 듯, 그러나 머리끝까지 두려움과 열기에 가득한 움직임으로 구조를 살펴보니, 계절 다른 옷이나 물건들로 들어찬 창고로 쓰이는 듯 보이는 작은 방 하나와, 1인용 침대 하나가 놓인 거실. 방이 아니라 거실 같은 곳에 침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아파트는 원룸 형식인 것 같았고, 도저히 개인 말고는 사용할 수 없다 보일 정도로 간단하며 좁은 구조를 하고 있었다. 집안엔 아무도 없고, 가녀린 여자애 혼자 살고 있다……. 전신 세포 하나하나가 저릿할 정도의 긴장이 풀어지기는커녕 들끓는 희열과 공포로 인해 내 몸 같지 않은 몸을 간신히 움직여 침대보가 길게 늘어진 그곳, 침대 아래에 숨어들었다. “흠, 후.” 작은 욕조가 딸린 화장실까지 확인 해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아, 거칠고 거칠게 심호흡을 했다. 명치부근부터 타고 오르는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울컥 하는 걸 고개를 흔들며 마른침을 삼키면서 심호흡을 내뱉어 희석시켰다. 기다린다. 생판 모를 여자애의 집에 들어와, 침대 밑에 숨어 걔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강간하기 위해서. 내 성욕을 풀기 위해서. 입술을 범하고 가슴을 만지고 엉덩이를 조물거리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1분이 1시간 같고 30분이 30초 같다. 시간 개념을 잃고 나 자신의 흥분과 기대, 지독한 두려움 따위, 그리고 거친 스릴감 속에 녹아들어 있을 때, 내가 제대로 닫아 놓은 문이 띠띠띠띠하는 비밀번호 입력 식 기계음과 함께 딸깍하며 열렸다. 그 순간부터 두 눈을 내리 감고 숨소리를 죽였다. 저릿한 스릴감이 발끝을 간질인다. 두 눈을 감았음에도 침대보를 뚫고 들어온 일말의 형광등 빛이 시야를 어지럽혀 마음을 진탕으로 만들었다. 여자애 한 명, 아니, 내 계산이 틀렸을지도 몰라……. 한 사람이 쓰는 것처럼 보였어도 누가 같이 살고 있었을지도 몰라. 지금 들어온 게 그 여자애가 아니라 아빠, 엄마,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그도 아니면 남동생, 여동생, 친구일지도? 아니, 누구인지 관계없이 갑자기 침대 아래에 볼일이 생겨서, 물건을 찾는 다든지 아니면 청소를 한다든지 하는 이유로 이 침대보를 들춰 본다면? 무섭다, 무서……. “아, 힘들어.” …자글거리던 머리가 청명해지는 것 같은 미음……. 단 한 마디만으로, 만화에서 나오는 각성이란 게 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앳되고, 가녀리되 일말의 가식 따위 없는 단조로운 한 마디. 그 미음은 내가 처한 상황조차 잊게 할 정도의 마력이 있다. 각성되어 예민해진 내 귀로 스륵, 하는 소리가 여러 번 겹쳐 들리더니 곧 어느 곳인지 모를 장소의 문이 열리는 게 들렸다. 운동하고 왔으니 씻을 가능성이 가장 크니 화장실일 수 있겠지만, 작은 방에서 갈아입을 옷을 챙기기 위해 들어갔을 수도 있으니 확신 할 순 없었다. 여자애가 화장실에 있다는 걸 확신 했던 건 잘은 물소리에 의해서였고, 어디에 있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 그저 가만히 있었다. 털끝이 움직이는 것조차 제한하려 노력하던 차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다시금 들렸고, 욕실용 슬리퍼가 물기어린 바닥에 닫아 생기는 맑은 소리가 짧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내가 누워있는 침대가 조금 내려앉았다. 침대와 바닥까지의 거리가 나 하나 들어옴으로써 거의 없어졌다시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하나 앉았는데 별반 차이가 없다. 이건 여자애의 몸무게가 가벼우며 몸가짐이 단정함을 뜻하겠지……. 무겁다면 더 깊숙이 내려앉았을 테고, 단정치 않았다면 순간적으로라도 내 몸이 짓눌렸을 테니……. 내 눈앞에 놓인 까만 침대밑창이 간간히 꾸물거린다. 뭔가가 침대보를 스치는 느낌과 소리가 나는 걸로 보아, 침대가장자리에 앉아 몸의…물기를 닦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곧 그 움직임이 끝났을 때, 잠시간 동안 불빛이 완전히 사라졌다가 침대밑창의 전체가 꿀렁였다. 다 닦고 나서 집의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운 것 같다. 침대에 누웠다는 건 잠을 잔다는…가슴이 뛰는 건지 뭔지조차 인식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뭔가에 돌입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상당히……. “으응-.” 고양이가 갸릉거릴 때의 느낌이 들렸다. 달콤한 콧소리라고 할까……. 나랑 얘 사이엔 침대가 있었지만, 베개를 끌어안고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게 전해질 정도로 미미한 조화……. 침대밑창이 우물거리는 것과 목소리로 행동을 예측할 정도로 감이 예민해졌다. 그 후로 몇 분…아니, 몇 십 분인지, 몇 시간인지 알 순 없지만…모든 어둠이 침묵을 말할 때…난 침대보 밖으로 왼손을 내밀었다. 그것만으로도 명치가 터져나가는 것 같았지만, 도리어 그로인해 나갈 용기가 생겼다. 왼손, 왼발, 발가락으로 침대기둥을 밀며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나가…완전히 빠져나왔을 땐 이마 부근에 식은땀이 고여 진땀을 만들 지경이었다. 겨울이라지만 방 안은 비교적 따뜻해 땀이 고일만도 했다. 그렇게 침대 밑을 빠져나오고 나서 허리를 펴는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흘렀고, 기어이 완전하게 섰을 땐 도톰한 붉은색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채 누워 있는 여자애가 보였다. 여린 달빛을 머금은 은백색 양팔이 반쯤 만세 한 것처럼 이불 밖으로 빠져나와 있다. 이제 진짜로……. 진짜로 하는 건가. 행위 중에 맞아죽지 않기 위해서 밖으로 비죽이 나온 양팔의 손목에 부드러운 면티를 감아 서서히, 하지만 강하게 묶었다. 서서히 강하게 묶었기 때문에 걸리지 않기를 온갖 신께 기도하며 다 묶은 후, 잔 떨림조차 두려워서 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두 손으로 이불머리부분을 잡아 살며시 들어 올려 아래로 당겨 내렸다. 혀가 목구멍 뒤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에 억지로 마른침을 삼키며 내리고…내리고……헉. 얇게 그려진 눈썹까지 내려온 앞머리가 우측으로 미미하게 가르마 타져 있고, 아주 작은 찡그림조차 없는 눈이 여물어 있다. 앙증맞도록 귀엽게 날선 코와 드러났을 때 옅게 오물거리는 연붉은 입술……. 평소 여자엔 목을 걸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얼짱들의 화장빨엔 명확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있어, 이런 얼굴이 가진 진실은 넋을 잃게 만들었다. 소위 얼짱들의 화장 전, 혹은 포토샵작업 전의 모습은 어떠한지 숱하게 보아온 입장에서, 솔직히 이젠 진짜 미인이 있을까도 싶은 의심을 가진 상태에서, 내 눈앞의 여자애가 가진 마력은 가히 파괴적인 충격이었다. 현 상황을 잊고 멍하니 탐색이나 하고 있을 정도로. …아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결국 이불은 끝까지 내렸다. 방안이라곤 해도 겨울인지라 이불을 덮고 안 덮고의 차이는 분명히 있기에 변화한 기온으로 인해 갑자기 깰 수도 있어 망설였었지만, 반쯤 내리고 뭔가를 하기엔 나에게 그만한 경험과 스킬이 전혀 없다. 이불 안으로 들어가는 건 날 가두는 것 같고, 가슴까지만 내려놓기엔 여러 동물그림이 수놓아진 핑크색 잠옷 상의가 어디까지 내려가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가슴을 보려면 상의를 올려야 하는데, 그 상의의 끝자락이 어딘지 알 수 없다면 올릴 수가 없다. 결국 다 내린 후 이젠……각오한다. 잠결에 만져진 적이 없어서 여자애가 일어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아무래도 일어날 가능성이 클 테니, 그걸 감안하고…일어나면……. 원래 비명을 막으려면 입에 테이프라도 붙여야겠지만, 솔직히 그러기엔 너무나도 키스하고픈 입술이라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일어나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손으로 막을 생각을 하면서 여자애의 위로 올라갔다. 손과 무릎으로 내 몸을 지탱해 일단 접촉을 피한 뒤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니, 아까 이 방에 발을 들여놓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질감……. 절대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밟고 있다는 기분. 한 발을 내딛으면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지만, 그 한 발은 결코 내딛어선 안 되는 걸음이다. 그래, 그건…악마가 만든 세계니까……! …입을 맞춰버렸다. 팔을 굽혀 얼굴을 내려뜨린 후 여자애와 내 얼굴 간의 거리를 없애, 입술을 부딪쳤다. 첫키스라 그런지, 아니면 너무 긴장한 탓인지 별다른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머릿속 뇌까지 띵해지는 듯한 느낌 속에서 입을 맞춘 자세 그대로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그런데 눈을 질끈 감았다 떠봐도 초점이 잡히지 않고, 양팔엔 감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헷갈리고, 입술은 덜덜 떨리기까지 했다. 이럴 수가…나, 나는…여기까지 와서 나는 풋내기처럼……. 하마터면 그대로 여린 몸 위에 포개져 누울 뻔하다, 찡그림 하나 없이 닫힌 눈꺼풀을 보았다. 이런 상황과는 상관없는 듯 가만히 닫힌 눈……나도 모르게 입술을 움직여 여자애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입술로 입술을 문다. 굉장한 느낌……촉감 자체가 달콤하다. 달콤하다니……. 말랑말랑한 게 미끈거리니 돌아버릴 것 같다……! 여기서 더 이상 힘을 주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나는 미쳐서 내 아래 있는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혀끝으로 핥고, 입을 크게 벌렸다가 다시금 오므리며 말캉한 입술을 빨아 올렸다. 쯥-, 쭈우. 내 침이 입가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빨아 삼키니 소리가 난다. “우음?” 이런……! “…우으읍-, 우읍!” 삐거걱. 정신을 놓고 미친 탐닉행위를 하다 결국 여자애를 깨우고 말았다. 묶이지 않은 양발은 물론이거니와, 묶여있는 양팔의 팔꿈치를 좌우로 흔들며 거세게 움직이는 통에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음을 냈다. 다행히 눈꺼풀이 파르르 떨릴 때 입술을 떼고 손으로 입을 막아서 비명소리가 크게 새어나오진 않았고 팔딱거리는 몸은, 내 몸으로 내리 누르니 차츰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여자는 정말 약한 존재……팔 안쪽을 받쳐 움직임을 제한하니 반항도 차츰 사라져갔지만, 그 대신……. “으읍, 흑, 흐흡.” ……운다. “…조용히 해라.” 내 목소리는 극저음이다. 평소 말할 땐 매력적인 보이스지만, 정색하는 즉시 상황이 가진 분위기 자체를 변질시키는 게 가능할 정도로 매서워진다. 단 한 마디였지만, 여자애의 눈 속에 당혹감과 황당함 대신 짙은 공포가 들어찰 정도의 효과가 있었고, 성관계에 대한 기대와 선을 넘고 나서부터 생긴 스릴의 광기로 인해 제정신이 아닌 난……. “…으, 으으…사, 사…….” 이왕 이래 된 거 머뭇거릴 것 없이 잠옷 상의를 벗겨 올리려던 나는, 여자애가 눈물이 흘러넘치는 눈빛으로 입술을 가녀리게 떨며 말을 이어가려는 모습에 멈췄다. “…사, 살, 살려 끅, 살…려주……요!” ……! ……가만 보니 잠옷이 흐트러져 있다. 곱게 가르마 타져있던 앞머리는 이리저리 엉클어져 있고, 내가 키스해마지않던 입술은 울음을 참기 위해 창백할 정도로 이 사이에 깨물어져 있었다. 내가 원한 게 이런 거였나……? 내가 원했던 모습이 이런 거였나……? 내가 느끼고 싶었던 감정이 이런 거였나……? “…살…려주세…요……. 흐으…살려…살려…주세……요…….” 내가 떨리도록 만든 여린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어왔다. ……미안하지만 그만둘 생각은 없어. 이게 널 죽는 것보다도 힘들게 만들진 몰라도, 죽는 것보다도 못한 삶을 살도록 만들진 몰라도, 죽는 그날까지 잊지 못할 악몽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난 그만 둘 수 없다. 아니, 여기서 그만두면 이 기억과 공포를 평생 잊지 못할 거라는 걸 알기에 더욱더 그만 둘 수 없다. 내가 여기서 도망가면, 나라는 놈이 언제 또 기어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강박적인 정신병이 생길 수도 있다. 차라리, 그래, 차라리…내가 시작하고, 내가 끝내야해……. “가만히 있어줘…….” 본래의 목소리를 내면서, 얼굴을 내려 혀끝으로 눈물을 핥았다. 뜨겁고 불규칙한 숨결이 내 목덜미를 파고든다. 오른쪽 눈꼬리에서 시작되어 귀 옆까지 흘러내린 눈물을 천천히 핥았다. 조금 짠 듯 했지만, 따뜻하다. 혀를 날카롭지만 강하지 않게 세워 왼쪽으로 흘러내린 눈물마저 핥아낸 후 앞머리가 헝클어진 이마 위에 키스 했다. 다음은 미간, 콧등, 떨리는 양 눈꺼풀, 볼까지 키스하며 내려온 뒤, 양손으로 볼을 가만히 감싸 쥐었다. 눈물자국의 꺼끌함과 인체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 올라왔다. 한동안 그러고 있자 여자애의 뜨여진 두 눈이 깜빡거렸다. 찡그리기엔 무섭고, 그렇다고 연인처럼 이렇게 있다는 것에 무슨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이상하니 가만히 있는 걸 거다. 난 볼을 살짝 꼬집어보다가 입술의 일부분만 닿았을 때, 얼굴을 잠시 멈춰 세웠다. 미묘한 기분……. “우…….” 여자애의 짧은 신음에 의해서 부끄러워하는 기분이 전해졌다. 내 손에 의해서 동글게 말린 입술에 간단한 맞춤을 찍은 후, 또렷한 턱 선과 하얀 목덜미에 키스하며 쇄골까지 내려왔다. 이 이상 내려가면 인생처음으로 여자애의 가슴을……겉옷을 사이에 둔 채 애무하기엔 너무나 아까워 허리선에 놓인 상의 끝자락을 잡고 천천히 위로 올렸다. 누워 있어서 끌어올리기가 마뜩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옷 벗길 테니 허리 좀 들어보라곤 할 수 없었기에, 여자애의 허벅지 아래로 무릎을 굽혀 넣어 허리를 띄운 뒤 말아 올렸다. 와중에 얇은 허리에 손이 스쳤는데, 그곳에서 느껴지는 생기가 손바닥 위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얇지만 또렷한 허리 라인을 보자니 평범하고 작은 배꼽마저 섹시해 보였다. 그리고……. 봉긋하게 모인 가슴……도톰하고 흐르러짐 없이 만들어진 가슴엔 연분홍빛 유두가 작게 솟아 있었다. 으레 속옷이 있겠거니, 라는 착각에 빠져 있던 나에겐 갑작스러운 충격이다. 어디선가 잠잘 때 속옷을 입고 자면 건강에 좋지 않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고정관념이란 게 상식만으론 안 되는 모양이다. 여자는 당연히 브래지어를 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 하지만 그런 착각 따위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 정도로 지극한 아름다움이다. 봉긋하게 솟아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짙은 그림자를 찾아보지 못 할 정도로 균형 있는 모양. 동영상 속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깨끗한 색의 유두……. 멍했다. “……어떻게 이런…어떻게 이렇게…….” “……에?”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가 있는 거지.” 이 우주최대미스테리는 여자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 선이랄까. 마치 그림마냥 그려져 있는 수많은 선이 만들어낸 걸작. 엇나가 문드러진 선 한 가닥 없이 미끈하고 유려하게 그려진 세상이라는 화폭 속의 작품. 나는 겨드랑이 아래에 말려져 걸쳐 있는 잠옷 상의를, 여자애의 머리를 한 손으로 받친 후 완전히 벗겨 냈다. 달빛 아래 작은 손부터 시작해서 드러나 있는 허리까지 그려진 선이 현실감이 없어 일순간 성욕마저 없애버리는 듯했다. 여자애는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잘게 떨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천천히 할 꺼야.” 솔직히 음란물 볼 때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게 겨드랑이 애무였다. 대체 저기가 무엇이 그리 좋다고 핥아대는지 고개가 갸우뚱 할 때가 많아 빨리 감거나 넘기곤 했었는데, 막상 훤히 드러난 겨드랑이를 보니 절로 얼굴이 다가가졌다. 살포시 굴곡져 있는 겨드랑이의 중심부를, 혀끝을 둥글게 돌려가면서 핥다가 입술로 짓누르듯 문지르기도, 중심부부터 팔꿈치 바로 아래까지 혀를 굴려보기도 하고 가슴둔덕의 바로 윗부분을 크게 한 입 담아보기도 했다. 입 속에 먹을 수 없는 탱글한 부드러움이 가득 들어온다. 들어 올린 팔이 가녀려 추울지도 몰라 왼손으로 쓰다듬으면서 가슴에 입을 가져갔다. 입을 대는 순간 말캉하면서 움직이는데 한 입 가득 담아 보고픈 욕망이 절로 치솟았다. 침대 위에 얹어져 있던 오른손으로 여자애의 왼쪽 가슴아래를 아주 미미하게 받쳐 올리고, 혀끝을 유두 표면 위에 닿아둔 채 쓸듯이 움직이니, 느껴지는 촉감이 도를 넘어섰다. 혀로 유두 옆면을 타고 내려간 뒤 그 주위를 느리게 빙글빙글 돌았다. “……으응.” 정작 애무를 당하는 당사자는 가만히 있거늘, 애무를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참을 수가 없다. 신음이라도 내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나갈 것 같았는데 막상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리를 내보니 흥분의 감도가 올라가는 듯싶었다. 해방을 통한 쾌락이랄까……. 그 뒤로 가슴의 모든 부분에 입을 맞추고 혀를 굴린 후에야 간신히 만족한 얼굴이 봉긋한 둔덕을 타고 내려와 허리부근에 다다랐다. 아까 상의를 벗길 때 잠깐 스쳤던 생동감은 다가와서 보니 상상 이상이다. 가늘게 휘어진 허리지만 부드럽고 탄력이 넘쳐서, 가만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듯한 느낌이 일었다. 굽혔던 허리를 펴고 양손으로 옆구리를 감싸보니 손 안 가득 사람이 느껴졌다. 호흡으로 인한 부풀음과 반동, 부드럽게 꾸물거리는 살은 정확하게 살아 있음이 무언지 느끼게 해주었다. 결국 허리라는 곳마저 입으로 완전한 탐색을 해버린 나는, 드디어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잠시간의 작별을 의미하는 키스를 허리 옆에 혀를 굴려가며 선사……. “읏.” ……?! 짧았지만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들렸다고 하기 보단 느껴졌다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여자애의 몸이 일순 일어나나 싶을 정도로 움찔 하면서 소리의 울림이 내 입을 통해 느껴졌으니……. …설마……. 여자애는 자신이 들어 올린 팔 옆으로 얼굴을 숨기듯이 묻었는데,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난 고지를 눈앞에 두고 다시 올라왔다. 우선 겨드랑이부터……. “하읏!” 좀 전과 같은 농후한 애무가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혀끝이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심각하게 귀여운 단말의 신음이 흘러나온다. 마치 이미 녹아드는 듯한 반응이었지만, 난 처음처럼 세심하게 애무했다. 중심부에서 둥글게 혀를 굴리다 팔뚝을 타고 오른 후 다시금 내려와 가슴둔덕 위에서 크게 한 입 물어버렸다. “아우으…….” 움찔거린다……. 허리에서 느꼈던 생기가 몸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깐 사람임을 뼈저리게 느꼈었는데, 지금은 사람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매혹적인 움직임이 전신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음을 흘리는 작은 입술이 언뜻 찡긋거리는 것조차 지나친 욕망을 이끈다. 따듯한 가슴에 깊게 키스하니 등허리가 구부려지며 묶인 팔이 내 머리 위에 올려지고, 옆을 핥으니 간드러지는 신음과 함께 허리를 꾸물거린다. 그뿐이 아니라 활처럼 휘어진 허리 아래 손을 둘러 넣고 만지작 거려보면 미세하게 땀방울이 미끈거린다. 가뜩이나 부드러운데 미끈거림까지 더해지자 손이 자신이 뭘 만지고 있는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 “아, 응…가…간지러……!” “하아…하…돌겠다.” 성관계는 넣고 싸면 끝나는 거 아니었나. 성관계는커녕 전희만 하고 있는데도 신이 먹는 만찬을 즐긴 것 마냥 만족스럽다. 난 내 양쪽으로 벌어진 여자애의 발목을 잡아 모은 뒤 왼쪽 어깨에 얹어 놓았다. 묶인 손을 배위에 올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라보는 보습을 바라보며 허리부근의 하의를 잡아 천천히 끌어당기니, 몸에 맞춰 제작한 것 같이 착 달라붙어 있는 새하얀 팬티가 보인다. 주름 한 가닥 없는 것이 지금 여자애의 몸이 얼마나 잘 가꾸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싶다. 그대로 잠옷을 완전하게 벗겨낸 나는 뒤로 물러나 양발을 조금 벌려놓고, 새어나온 애액으로 인해 하얀 바탕너머 옅은 살색의 음부가 투영되고 있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뇌쇄가 아니라, 뇌살적인 모습이다. 딱 봐도 작은 대음순이 도톰하게 두각 되어 있는데 마치 입술 같았다. 미끈거리는 애액이 발라진 모습에 멍하니 혀를 가져가 아래에서 위를 향해 핥아 올렸다. “…우으……응……!” 음부와 혀 사이에 한 장의 면이 있었지만 그건 촉감적 차이만을 일으킬 뿐, 기분상의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입술과 키스하는 것처럼, 혹은 유두를 혀로 두드리는 것처럼 정신없이 핥아 무는데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으…으! 자, 잠깐만요……! 자…잠시……!” 뭔가 다급하게 말을 이어가려는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어줄 정신은 가까운 곳에 없었다. 난 허리를 틀면서 벗어나려는 여자애의 골반을 강하지 않게 누르면서 더욱 빠르게 혀끝을 굴렸다. 단지 벗어나려고 하기에 다급해져 한 애무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흐아아아앗!” ……! 갑자기 음부부근이 크게 요동치면서 따스한 액체가 팬티너머를 두드리다가 흘러내려가고 있음이 입을 통해 전해졌다. 난 그대로 입을 더욱 밀착해 흘러내리고 있는 걸 강하게 빨아먹었는데, 아무런 맛이나 냄새가 나지 않는 걸로 보아 예상대로 소변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많지 않은 걸로 보아 이게 그 여자사정이라는 것 같은데……. 내 머리에 얹어진 손에 들어간 힘이나 음부와 허벅지의 잔 떨림이 사정을 대변하고 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여자사정이라곤 하나 볼 일을 보는 생식기에 입을 맞추고 있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만도 하건만, 오히려 지독한 욕망만이 들끓을 뿐이다. 나 자신의 자위 경험을 바탕삼아 사정직후 자극은 오히려 불쾌감을 불러일으킴을 알아서 입을 붙인 채 살살 움직이는 거지, 몰랐다면 혀 집어넣고 난리도 아니었을 거다. “하아……하아으…….” 마지막은 약간 책망하는 듯한 신음을 낸다. 강간하러 온 놈이 몇 시간 동안 애무만 하다 결국 사정까지 시켰으니 부끄러움이 이만저만한 게 아닐 거다. 나도 처음엔 키스만으로도 발기한 성기의 성을 풀 생각뿐이었지만……. 여자의 약한 모습이란……. “읏차!” “꺗.” 묶인 팔로 얼굴을 가린 채 호흡하고 있는 여자애를 공주님안기처럼 안아 들어 아까 봐뒀던 화장실로 향했다. 은은한 달빛뿐이라 조금 헤맸지만 무사히 도달한 후 화장실의 불을 켜고 들어서니, 이 애가 잠들기 전에 했던 목욕이나 샤워로 인한 달콤한 향기가 배어나온다. 여자에는 뭔가 말하려다 말고, 날 쳐다보다 시선을 떨어뜨리고를 반복했는데……. 뭔가를 말하기엔 상황자체가 애매하며 공포가 사라진 건 아닐 테니 침묵할 수밖에 없을 거다. 하다못해 ‘뭘 하려는 거지요?’라는 간단한 질문조차 긴장 때문에 못 할 것 같다. 왜냐면 나 또한 할 말이 없다는 건 둘째치더라도 차마 부끄럽고 긴장돼 입이 떨어지질 않으니,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작은 화장실 벽면에 매달려 있는 샤워기의 물을 틀어 온도를 맞춰 봤다. 이렇게 협소한 아파트의 경우 보일러를 따로 가동하지 않으면 따뜻한 물이 나오질 않아 확인한 거지만, 겨울철에 보일러를 틀지 않았을 리 없으니 괜한 걱정이었고,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적당한 온도의 온수로 맞출 수 있었다. “자, 이리오세…헉.” 정신없이 데려온 후 물 온도 맞추느라 제대로 못 봤는데, 형광등 아래 드러난 밝은 모습을 보니 날숨이 역행 한다. 분명 펑펑 울었으며 침대 위에서 얌전하지만은 않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양손으로 가슴께를 가린 채 문 앞에 서있는 모습은 전혀 흐트러져 있지 않다. 달빛이 오히려 그녀의 하얀 피부색을 퇴색시키고 있었던 듯싶고, 헝클진 머릿결은 짙은 색기를 뿜어내고 있다. 눈물자국어려 애처롭게 뜨인 눈가와, 곧게 뻗어 탄력어린 몸매의 이질감은 도리어 자연스러웠다. “……?” “이, 이리로, 오세요.” 내가 말하다 말고 빤히 바라보자 몸 둘 바를 모르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급히 불러들였다. 관계 후엔 오히려 소홀히 대하게 되는 것이 남자라는데 난 반말이 존대로 바뀔 정도의 존중감이 가득 생겼다. 욕실이 좁았기 때문인지 문틀에서 그 작은 발로도 한 걸음에 다가와 고개 숙인 여자애를 보며, 난 샤워기를 놔버리고 옷을 잽싸게 벗어 버렸다. 수틀리면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게끔 두꺼운 외투만 벗어놨다가 잊어먹고 있었긴 했지만, 지금은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 마치 결례인 거 같은 기분에 바로 벗어서 밖에 던지고 화장실 문 닫았다. 화장실 문에서 뒤를 돌아보니 욕조 앞에 서서 눈을 동그랗고 뜨고 있는 여자애가 보여 빠르게 다가가서 샤워길 다시 집어 들었다. 눈을 마주치고 있었기에 한껏 충전된 성기를 보고 놀란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인해서 놀랐다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 해서 알몸상태로 당당해지진 않았다. 내 움직임을 따라서 반쯤 틀어진 몸에 여전히 묶인 손이 올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부드러운 면 상의를 사용했다곤 하나 단단히 묶여진 손목 부위는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물론 단순히 단단히 묶어놓은 거니 생체기가 생길 리는 없지만, 내가 강간을 꿈꾼 통에 아등거리다가 쓸린 걸 거다. “잠시…….” “앗.” 따뜻한 물을 갑자기 가슴께에 맞게 된 여자애의 입에서 당혹성이 흘러나왔다. 샤워기를 손에 든 채 묶인 걸 풀어주려니 당연히 물을 뿌리게 되어버렸다. 내심 무릎 꿇어 사죄하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어차피 뿌리려던 거……. “미, 미안. 괜찮아요?” 어차피 뿌리려던 거라며 자기합리화 하려다가 당혹에 찬 눈과 잠시지만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사과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내 사과에 여자애의 고개가 살짝 내려가다 우뚝 멈췄다. 긍정을 표한 거 같지만, 긍정을 표하다 긍정을 표하고 있음에 놀라 멈춘 것 같다. 이번엔 샤워기 머리를 좀 돌려 잡고…이게……물기 머금은 가슴의 반사광에 순간 멈칫했다가 간신히 손목으로 시선을 돌려 손으로 잡아 풀 수 있을 정도만 끌어내렸다. 가슴이 다 보일 만큼 팔을 내리면, 가슴보다 앞서 작게 다물린 입술에 키스를 쏟아 부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됐습니다.” 다행히 쓸렸을 뿐 까진 피부는 없었다. 그래도 규칙 없이 울긋불긋하게 번진 붉은 선을 보니 남들이 보지 못할 비소가 나올 정도로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가 피어오른다. 여자애는 오른손 손목을 왼손으로 말아 둥글게 문지르고 있었는데 얼핏 봐도 조심스러운 것이 통증이 없는 건 아닌 듯싶었다. 미안했지만, 미안하다고 하기엔 아직도 미안해해야만 할 짓들이 많이 남아서 차마 미안하다고 하진 못했다. 사과하자마자 곧바로 죄를 짓기엔 너무 염치없지 않나 싶은 웃긴 양심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가뜩이나 좁은데 있을 건 다 있어서 변기, 세면대, 욕조들 가운데 공간쯤에 여성을 세워놓고, 다시 한 번 온수확인을 마치고 간단히 예고를 한 뒤, 정면에 선 채 얇은 목덜미로 물줄기를 뿌렸다. 투명한 물이 피부를 타고 내리는데 여자애는 여전히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당연한 거겠지만 불편하지 않나 싶어진다. “뒤로 돌아 볼래요?” 말은 권유지만 정작 돌려준 건 나였다. 강간범이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겠지만, 시킨 대로 하는 것도 모양이 안 좋을 테니 웅크러져 있는 어깨를 잡아 반대로 돌려주었다. “팔 내리고.” 뒤에서 보니 조금 내려간 것 같지만 팔꿈치로 보아 아직 양손을 잡고 있는 듯싶었다. 그거야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상관없는 거고, 길게 늘어진 머리칼을 손으로 잡아서 들어 올린 뒤에 목부터 물을 뿌렸다. 투명한 물은 육체에 반사광을 심어주며 목을 타고 날개 뼈를 지나 척추를 따라 엉덩이…까지 흘러내렸다. 운동으로 다져져 한껏 세워진 동그란 엉덩이가 젖어가는 팬티 속에서 서서히 살색을 비춰내고 있다. ……마주보지 않아 마음이 좀 편안해진 내 손이 여자애의 목덜미를 매만진다. 애무 섞인 손짓이 물줄기를 따라 어깨, 옆구리, 그리고 등허리를 문지르다 도톰히 솟은 엉덩이가 시작되는 윗부분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쭉 내려가 움켜쥘까 하다가, 팬티가 허리를 두르고 있는 부분에 멈칫한 거다. 난 물줄기를 허리 중간쯤부터 뿌려지게 한 후 오른손 검지론 팬티의 안을 위에서 아래로 파고들도록 만들었다. 검지가 만들어놓은 틈을 통해 오른손 전체가 팬티 안으로 끌리듯 들어갔고, 따스한 물이 섞인 탱글한 엉덩이가 한 움큼 쥐어졌다. 난 보자기편 손을 시계방향과 그 반대방향으로 돌려가면서 촉감을 느꼈다. 이끌리는 것처럼 손바닥에 따라붙던 엉덩이는, 지나치게 이끌시 제자리로 튕겨져 돌아갔다. 실로 대단한 탄력……! “……흐우.” 참기 위해 속으로 잦아들어가는 여린 신음에 양쪽 엉덩이를 매만지던 손을 그 중 가운데 깊숙한 굴곡으로 밀어 넣었다. 다리를 모으고 서있어서 손가락 외엔 들어가기 힘들었지만, 들어간 중지로 항문을 만질 수 있었다. 극한흥분상태에서 돌입해 하마터면 안으로 파고들 뻔 했지만 여자애가 움찔하여 겉에서 멈췄고, 자잘하게 주름진 겉을 손끝으로 돌려가며 만지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여자애의 허리가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핫, 잠깐요! 거…거긴……!” 엉덩이를 내 쪽으로 깊숙이 밀면서 움찍거리는 모습에 고정대에 샤워기를 꽂아놓은 나는,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쪽을 향해서 여자애의 몸을 돌린 뒤 팔을 앞으로 둘러 가슴에 올렸다. 팔에 감각이 통째로 증발하는 듯한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오른손으론 엉덩이와 항문을 애무하고 왼손으론 양쪽 가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흐으, 읏!” 뽀얀 수증기가 가득해진 화장실에선 들숨과 날숨 모두 뜨겁기 짝이 없다. 시야와, 왠지 모르게 정신도 몽롱해진 탓에 몇 번이고 강렬한 정신적 절정에 치달았다 내려온 난 세면대 근처 수납대에 있는 비누를 쥐어 양손으로 문지른 후, 여자애의 양쪽 가슴 위에 오르내리며 펴 발랐다. 소지부터 검지까지 늘어선 행렬 사이사이로 유두가 비죽이 드러났다 숨음을 반복하는 느낌이 저릿하다. “아으, 흐아아.” 유두가 손가락을 스칠 때마다 여자애의 허리가 움찔거리면서 앞으로 구부러진다. 허리가 거의 직각으로 구부러져 한 팔로 정면 벽을 짚고 선 자세가 되자 좌측대각으로 빠진 나는 왼손으론 여전히 가슴을 애무했고, 비눗물 머금은 오른손으론 뒤로 빠져진 엉덩이를 미끌 듯 어루만졌다. 여성의 왼손이 가슴을 매만지고 있는 내 손등 위에 포개진다. “우읏, 이…하아…이상……해요…….” 미칠 듯한 촉감과 달뜬 신음을 들으면서 빳빳하게 선 성기가 팽창하다 못해 터져나갈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한다. 더 이상 참을 이유를 찾지 못한 나는, 엉덩이 위를 노닐던 오른손으로 팬티를 벗겨내 끌어내렸다. 허벅지 중간쯤까지 끌어내린 팬티를 정리할 만큼의 제정신을 지니지 못한 난 그 상태로 뒤에 꼿꼿이 섰다. 벽에 기대어 구부러진 손에 머리를 의지하고 엉덩이가 길게 빼어진 절경. 일순 나도 모르게 여자애의 하얀 등허리로 얹어진 손이 다정함을 안고 움직였다. 호흡으로 인해 오르내리는 날개뼈를 잡았다가 척추 옆을 감싸 돌고, 엉덩이 사이 바로 위 꼬리뼈부근까지 내려왔던 손은 차마 핑크빛 구멍들을 만지지 못하고 내려온 길을 역행해 가슴을 살포시 움켜쥐었다. 물줄기 속에서 비눗기는 사라졌지만 달달한 부드러움마저 사라지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아…하…거…뭐냐, 그……넣을께요.” “하으…….” 대답은 없었지만, 아니, 뿐만 아니라 내 말에 반응한 몸짓마저도 없었지만, 내 성기는 그러한 상황에 신경 쓰지 않았다. 수없이 해봤던 딸딸이를 치듯 빳빳하게 선 성기를 오른손으로 잡아 꺾어 내려 정면을 향하게 한 나는, 왼손을 그녀의 왼쪽 엉덩이 위에 얹고 자세를 잡았다. 워낙 연분홍살색으로 정갈하여 삽입위치를 잘 못 찾을 일은 없지만 도무지 간단하게 넣을 수 없어 질 입구에 귀두를 가져다대고 한동안 그저 가만히 서있었다. 잘 안 들어가는 게 아니라, 삽입하는 행위자체가 또 다른 선을 넘는 것 같아 망설여졌다. 아니, 망설여진다는 정확한 생각이 떠오르기에 앞서, 이 지나치게 아름다운 절경을 뇌리에 더욱 깊숙이 인식하고픈 욕망이 본능적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아주 잠시 동안 우리 둘의 열띤 신음만이 화장실을 가득 채웠고, 그 소리에 대한 잔음마저 산산이 부수어질 때쯤, 질 입구에 닿아 뜨겁게 달아오른 귀두를 허리힘으로 앞을 향해 밀었다. “꺄읍!” 순간 여자애가 허리를 크게 일으켜 세우면서, 몸 전체를 벽을 향해 반걸음 다가섰다. 삽입 순간 강력한 반사벽에 부딪혀 하마터면 튕겨 나올 뻔했던 성기가 음부의 조임을 따라 똑같이 반걸음 따라간다. 여자의 안은…차마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온전한 따스함이 깃들어져 있었다. 강렬한 조임에 의해서 빈틈없이 둘러싸여진 성기가 뜨겁게 달아올라 질벽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사정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조임이 약했더라면 방금 여자애가 허리를 펴며 벽으로 바짝 다가설 때 자지가 빠지면서, 그 빠질 때의 쓸림 때문에 곧바로 사정했을지도 모른다. “우, 아…흐…아…파…….!” 생전 처음 겪는 전율스러운 쾌감에 허리를 양팔로 둘러 안아 멍하니 서있는데, 작게 흐느끼는 것 같은 신음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많이 고통스러운지 아무렇게나 주저앉으려다가 오히려 더욱 깊게 삽입되자 기겁을 하면서 일어나는 통에 급작스레 딸려 올라간 성기가 뽑힐 듯한 느낌마저 쾌락 띠다. “잠, 잠시만! 크으…아프죠. 그냥 이대로…이대로 잠시만 가만히 있어 봐요.” 단 한 번도 내 물음이나 요구에 제대로 답한 적 없던 여자애가 이번엔 물기어린 머리칼이 찰랑거릴 정도로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뒷모습이 귀여워 휘어진 등에 키스를 할 뻔 했지만 아파하는데 그럴 순 없는지라 참았다. 성기를 뽑아내려 하면 그 전에 질내사정을 할 것 같고, 넣고 있으면 아파한다. 내 성기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잦아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 되지만 새하얗게 달뜬 엉덩이와 부드럽도록 곡선 띤 허리만으로도 지대한 흥분에 빠져들어 있어 발기해제가 모든 해결책 중에 가장 가능성이 낮았다. 아마 이 발기가 풀리려면 사정을 적어도 댓 번은 넘게 해야 할 듯싶다. 무지식이 바탕으로 깔린 궁여지책에 불과하지만, 계속해서 차가운 벽에 가만히 세워둘 수만은 없어 팔을 앞으로 둘러 양손으로 여자애의 허벅지 안쪽을 주물렀다. 만져보니 겉은 부드럽지만 허벅지 내부 근육은 굉장히 수축되어져 있었는데 땡땡함이 그 도를 지나쳤다. 알 베긴 곳 하나 없이 미끈하게 빠진 다리를 보아, 이건 운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해서 근육이 놀라 순간적인 경직에 빠진 것 같았다. 우연찮게 마사지하게 된 곳이지만 생각해보면 이 뭉침이 풀려야 골반부위가 부드러워져 고통이 없어질 듯싶어 허벅지 안쪽뿐만이 아니라 치골부근까지 문지르며 매만졌다. “…우…후우…….” 아무리 만져도, 여성의 신체 중 촉감이나 인식 등으로 인해 애무 시 정신적인 쾌락까지 동반할 수 있는 가슴이나 엉덩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만져도 결코 질리지 않는 허벅지를 매만지고 있자 여자애의 호흡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통에 의해 복부를 조이며 숨을 들이쉴 때완 달리 지금은 전과 같이 부드러운 숨결로 바뀌었다. 과연 허벅지에 단단히 뭉쳐있던 근육이 말랑말랑해진다. 그러나 애무를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손바닥을 애무 당하는 듯한 기분에 더욱 미친 듯이 성난 성기가 조금도 발기해제 될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임 역시 전혀 느슨해지지 않았다. 골반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조이는 힘 또한 희석되지 않을까 싶었던 건 착각에 불과했다. 아니, 아파서 가만히 있을 때와는 다르게 허벅지를 만지작거림에 맞춰 조금씩 움찔거리는 하체로 인해서 음부가 꾸물꾸물하니 나에겐 더욱 위협이 된다. 평생 동안 달고 살아왔던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혼동될 정도로 음부 안의 따스함과 능동적인 조임은 점점 더 날 사정단계로 몰아넣었다. 질내사정하면 정말 빼도 박도 못 하기 때문에 사정하지 않기 위해 양손을 허벅지에서 떼어냈……일순 허벅지를 매만졌던 손바닥이 부분부분 옅은 붉은빛을 띠고 있는 걸 보고, 숨고르기에 열중 중인 여자애의 상체를 아무렇게나 끌어안아 세워버렸다. “읏!” 내 가슴팍에 떨어져 내리고 있던 물줄기가, 내가 한 행동으로 인해 일으켜진 여자애의 쇄골부근을 따스하게 두들겼고, 난 그 자세 그대로 깊이 삽입한 채 사정을 했다. 정액이 뭉쳐 자지뿌리부근이 뭉툭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길을 타고 귀두 끝에 이동한 뒤 전사정하고, 그 뒤를 따라 2차, 3차 정액의 무리가 꿀럭거리며 몸 안으로 들어갔다. “아……안, 읏.” 성기가 크게 꿀렁거리면서 정액을 토해내자 한 움큼씩 들어갈 때마다 여자애의 전신이 움찔거린다. 내가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 안쪽을 위로 들며 사정했기 때문에, 자신의 오른 가슴위에 놓인 내 왼손에 양손을 꼭 얹고 탱글한 엉덩이와 왼쪽 발끝으로만 균형을 의지한 채 서서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이니, 방금 사정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성기가 부풀어 올랐다. 아니, 부풀어 올랐다 하기보단 아예 쪼그라들지도 않았다 함이 옳을 것 같다. 솔직히 생각도 못 했다. 워낙 예쁘니 처음이 아닐 거라 예상 했었다는 게 아니라, 아예 처녀인지 아닌지 구분한다는 식의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손바닥에 묻은 미미한 핏자국을 보니 머릿속의 무언가가 끊어지면서 온 기운이 성기로 모여든 것 같았고, 본능적인 이끌림에 의해서 더 깊은 삽입을 위해 허리를 치켜세우며 사정한 거다. “…하아, 하아…….” 사정의 여파로 안도감 비슷한 거친 숨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지만, 곧 발정한 욕정이 안도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대신 들어앉았다. 자위할 땐 분명히 사정직후에 욕구가 사라지면서 도리어 허탈감만 느껴져 어떤 자극적인 영상 속에서 화장으로 떡칠한 여자가 허리를 흔들고 있어도 두 번 이상 딸딸이 쳐본 적이 없었는데……지금은 움찔거리는 백색 엉덩이를 단적인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띵해졌다. 실로 믿기지 않는 충족감이 오감전체를 아우르고, 오감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이 이상을 바란다. “저, 정말…죄송한데……저 진짜로 못 멈출 것 같거든요, 진짜.” “…아, 하, 하지만……!” 이 상황에선 듣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증폭될 곱고 단아한 음성이다. 우연찮게 길가다 얼핏 듣는 것만으로도 뒤를 돌아봐야할 정도의 여린 미음이 옅은 떨림과 함께 내 귀에 들어온다. 난 받쳐 들고 있던 다리를 천천히 내려놓고는 미끈하지만 꽉 조인 음부에서 성기를 힘겹게 꺼낸 뒤 작은 어깨에 손을 얹어 마주설 수 있게끔 돌렸다. 물줄기가 머리 위에 곧장 떨어져 가슴에 손을 올린 채로 고개 숙인 여자애의 모습에 샤워기를 끈 나는, 촉촉이 젖은 볼에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온수의 눅눅한 온기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사람자체의 달콤한 체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미미하도록 감싸 쥐어진 고개를 약간 들어 올려 얼굴을 마주했지만 여자애의 커다랗고 동그란 눈동자는 나에게서 비껴나가 있다. 젖은 머리칼을 타고 물방울 몇 올이 눈썹 위를 그리듯 스치며 내 손과 볼 사이를 내려간다. “죄 값은…당신에게 치를께요. 내가 지은 죄, 당신이 어떻게 대하든 모두 상관없어요. 경찰에 신고해도 좋고, 저를 죽여도, 죽으라고 해도 전부 듣겠습니다.” “…….” “하지만…내일 죽더라도 전 오늘…죄를 짓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은 없어요. 있다 해도 지금과 다른 결정을 내렸을지는 잘…모르겠네요. 지금 당신밖에 보이지 않아요. 많이 불쾌하고…또 치욕스럽더라도, 당신에겐 죽고 싶을 만큼 싫은 시간일지라도, 전……, 당신이 상처 입는단 걸 알면서도…죄를……내일 죽더라도, 당신을 가지겠습니다.” 남자는 살면서 세 번의 기회를 만나다고 하던가. 나에게 있어 이 여자애를 보게 된 것이 그 첫 번째 기회요, 문이 우유 담는 천에 의해서 닫히지 않았던 게 두 번째, 그리고…이 여자애를 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그 마지막 기회다.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은 이 여자애에게 전부 귀결되며, 내 생 마지막 또한 그녀에게 달려있다. ……상처 입힐 줄 알면서도 너무나도 가지고 싶다. 난 악마가 된 걸까……. “……그…살……요.” “예?” 여전히 나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여자애가 연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무언가를 말했지만 작은 소리라 잘 들리지 않았다. 멍청히 반문하는 나의 눈에 드디어 마주하게 된 맑은 눈동자가 가득 들어왔다. “……살살…부탁드려요…….” 조심스러운 눈동자 아래, 입술이 작게 움직인다. “…부탁드릴게요…….” ……온몸의 세포가 곤두선다. 사람에게 혼이 있다면 난 그것을 구성한 게 반쯤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굽어지려는 무릎을 억지로 버티고 세워둔 후, 수납장에 곱게 켜켜이 쌓인 마른 수건을 꺼내 양손으로 펼쳐들어 여자애의 목 부근부터 시작해 문지르기보단 살짝 눌러가며 물기를 닦았다. 욕망의 끊임없는 샘솟음 따위완 별개로, 난 내 손이 최대한 부드럽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느끼길 원했다. 허벅지 중간쯤 걸쳐진 팬티를 완전히 벗겨낸 후 한 번 닦아낸 곳이라도 꼼꼼하게 눌렀고 가슴 같은 성감대는 오히려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몸 전체를 닦아낸 뒤엔 화장실 밖으로 나와 발끝까지 뽀송하게 만들었다. 전체가 열로 들끓는 내 몸은 물기라는 것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단 걸 확인하고 한 손으론 물기어린 수건으로 음부를 가렸으며, 또 다른 손으론 양쪽유두부분을 가린 여자애의 어깨에 손을 얹어 침대로 이끌었다. 오롯이 탱탱한 엉덩이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걸 애써 참아내 침대 가장자리에 여자애를 앉혀놓고 불 켜진 화장실을 정리한 뒤 돌아왔다. 거실은 여자애가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로 등을 켠 적이 없으니 어둑했지만 어수룩한 달빛이 실내를 비추고 있어 시야확보엔 문제가 없었다. 어슴푸레한 한 쪽 벽에 걸린 아날로그시계를 보니 새벽 1시50분…내가 집에 들어온 게 여덟시쯤, 운동시간을 한 시간으로 잡고, 샤워 한 시간까지 계산하면 입술에 키스한 건 열 시 넘어서였을 것 같다. 침대 맡에 앉아 있을 여자애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면 갑자기 부끄러워질 것 같아 방 여기저기를 훑어보다 앞으로 다가섰다. “…큼.” 뭘 해본 적이 있어야, 그리고 정상적인 만남이래야 여자를 자연스럽게 침대에 눕히는 방법을 알 텐데, 초짜에 비정상적인 만남 하에 이루어진 상황이라 간단한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여자애의 양쪽 팔에 손을 얹고……. 옮기기엔 눕히긴 수월할지 몰라도 침대 중앙에 데려가려면 누워진 상태에서 끌어야할지 모르니 관두고, 또 다시 공주안기로 들어 침대 위에 올려 눕혔다. 가슴과 음부를 가리고 누워있는 여자애의 절색을 구경할 틈도 없이 곧바로 그 위에 올라갔다. 강간을 시작할 땐 몰랐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상당히 부끄러웠다. 이미 볼 것 다 본 사이이지만 마치 처음 같은 기분……. 왼손으로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 뽀송한 머릿결을 쓰다듬다 볼에 얹어놓고 키스 했다. 입술만 살짝 붙였을 뿐인데도 자고 있을 때 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조금 더 다가가 아랫입술을 입술로 물어보니 이끄는 데로 따라왔던 수면키스와는 달리 약간이지만 살짝 뒤로 빠지려 한다. 부끄러워 빠지려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날카로워진 신경을 통해 여자애 입술의 잔주름마저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느껴졌다. 난 왼손의 각도를 조금 틀어 볼 대신 목 뒷부분을 받치면서 키스 했다. 아랫입술이 꾸물거리면 혀끝으로 잠깐 핥다가 조금 올라가 윗입술을 탐하다 보니, 먹을 수 없는 달콤함이란 게 느껴진다. 입술로 문 상태에서 혓바닥부터 시작해 혀끝으로 길게 핥으니 잔잔히 파도치는 매끄러운 표면……참으로 먹고 싶은 입술인데, 먹을 수 없음이 감사하다. 입술에서 내려와 턱을 약하게 빨고 세워진 혀끝으로 목덜미를 훑다가 잠시 멈춰 섰다. 고개 돌린 여자애에 의해서 얇은 목이 길게 당겨져 있었는데, 그 모습에 도저히 지나치지 못한 나는 얕은 키스를 퍼부었다. 성대가 없는 중앙을 빨아올리면서 턱 끝까지 다가갔다가 선명한 턱 선에 짧게, 짧게 키스하며 도달한 귓불은, 아니 귀 전체를 입안에 담아 슬며시 빨아놓고 벗어나 옆선을 물면서 쇄골로 내려왔다. “…으응…….” 웅크러진 어깨로 인해 깊게 패인 쇄골 위엔 한동안 입을 붙여놓고 떼지 않았다. 작지 않게 벌린 입안이 따뜻해질 정도로 붙여놨다가, 가슴께에 곱게 교차되어 얹어져 있는 양손 윗부분으로 드러난 가슴골에 혀를 미끄러지도록 넣었다. 오류 없는 가슴 간의 거리는 좁아서 혀가 들어가니, 혀의 양면으로 좌우 가슴 모두를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 멈춰서 핥다가 턱을 조금씩 아래로 내리니 모여진 손 또한 점점 따라간다. “우응…부끄…러…….” 턱에 의해 내려가던 손이 유두부분마저 드러내려하자 부끄러움을 표현해온다. 난 그 작은 음성을 듣자마자 여자애의 오른손 팔목을 내 왼손으로 잡고, 얼굴을 그 아래 놓인 가슴 쪽에 가져갔다. 그리곤 얇게 뻗어 있는 손가락 밑으로 혀를 집어넣어 전진하며 공간을 벌려 손바닥과 가슴 사이에 얼굴을 밀어 넣었다. 내 왼손에 잡힌 여자애의 오른손을, 나의 뒷머리 쪽에 얹어지도록 이동시킨 난, 그대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반쯤 돌려 입술을 가슴에 붙였다. “…아……!” 부탁을 받아서일까. 욕정이 들끓는 거랑은 상관없이 거칠게 움직여지진 않았다. 가슴을 한 입 크게 물어 입 안에 담아 먹지 못함을 식감으로 대신하고픈 마음이 일어도 정작 내 입은 심히 부드럽게 움직였으며, 시원하지 않게 움직였음을 바탕으로 몹시 거대한 촉감에 관한 쾌감이 밀려왔다. 도톰하고 가득한 가슴살이 부드러움마저 겸비했으니, 또한 그것을 혀와 입으로 음미하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후으응…….” 손을 내 머리에 얹고 있느라 힘들지도 모를 작은 어깨 아래 왼손을 받쳐놓았고, 오른손으론 미끈한 옆구리와 가슴 옆을 타고 움직이다가, 왼쪽 가슴을 가리고 있던 여자애의 한 손마저 내 머리 위에 놓인 순간, 비어진 가슴으로 얹어 매만졌다. 부풀어 올라 단단한 탄력을 가진 유두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놓고, 나머지 손가락과 손바닥으론 부드럽게 움켜쥔 가슴을 서서히 원 그리듯 문질렀다. 여자애의 다리가 서로 부대끼며 꼼지락거리는 게 하체를 통해서 느껴진다. “아! 아, 그……읏.” 신음을 들으면서 허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간 오른손을 다리 사이, 음부 위에 올렸다. 손바닥엔 부드러운 음모가 엉클어져 들어왔고 손가락 끄트머리론 뜨겁게 젖은 대음순이 만져졌다. 난 가슴 애무를 멈추고 허리를 일으켜 세우고 내 다리 밖으로 여자애의 매끈한 다리가 빠져나올 수 있을 만큼 뒤로 빠진 뒤, 음부를 가릴 듯 모인 양다리의 무릎부근을 잡아 그대로 들어 올리고는 발목에 손을 옮겨 다리를 벌렸……. “…….” 고개가 내려간다. 벌어진 다리 사이 모습을 드러낸 음부는, 차마 감상을 떠올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인사하듯 떨어진 고개를 그곳에 묻고 입을 맞추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흣!” 입술과 혀끝으로 느껴진다. 엷게 곡선 띤 대음순 겉을 돌아 그 중앙에 서니 아주 미세한 직선이 하나 그려져 있다. 내 성기가 들어갔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단 한 순간도 무언가가 들어갔던 흔적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직선……길지 않은 직선 위에 혀를 올려 핥아보긴 했지만 차마 넣을 용기가 생기지 않아 다시 허리를 세웠다. “하아…하아…….” 큰 호흡에 의해 오르내리는 둥근 가슴 위의 얼굴을 보니, 팔뚝을 이마에 대 눈가를 가린 여자애의 돌려진 고개가 보였다. “…갈께요…넣…….” 뜨거운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 말도 못 마친 난 허리를 숙이며 기울어진 상체를 침대 위에 올린 오른손바닥으로 지탱한 뒤, 내 배꼽에 거의 닿을 만큼 거세게 발기해 있는 성기를 왼손으로 잡아내려 대음순 사이 곧은 직선에 가져다 대었다. 귀두 끄트머리만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그 열렬한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에 이끌려 애액을 타고 아주 서서히 삽입해 들어갔다. “우웃…….” “괘, 괜찮아요?” 오돌오돌한 고온의 질속에 귀두가 끌리고 있는 입장에선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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