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바그다드의 오후.. 망원렌즈 안으로 시가를 물고 있는 ‘핫산’의 콧 수염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숨을 멈추고 부드럽게 격발장치를 당긴다. “슉~” 소음기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고 짚차의 앞 유리창이 깨지며 핫산의 머리가 뒤로 튕겨지고 시트로 피가 뿜어진다. 저격용 라이플 AS-50을 분해하여 카메라 케이스에 챙겨 넣고 옥상을 내려오자 시끄러운 시장의 소음이 왈칵 밀려온다. 180정도의 키에 날렵한 몸을 가진 수염이 덥수룩한 동양인 기자는 어느새 인파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잠시후에 싸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들이 방금 전까지 그 남자가 있었던 건물로 급하게 뛰어 올라간다. ‘엑손 모빌 정유회사 이라크 지사장 ’핫산‘ 피살..그의 죽음으로 이라크에서 독점적인 석유시추를 꿈꾸던 모빌의 기도가 사실상 무산되고..로얄사와의 경쟁이 불가피...범인의 윤곽과 배후는 아직 밝혀진바 없고..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 이틀 후 이민재는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인천행 호주항공의 비지니스석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 바람이 선선해지는 9월 중순의 초가을 금요일 출근시간이었다. ‘강민희’가 같은 회사의 팀장인 ‘이 민재 팀장’을 지하철에서 우연히 본 것은.. 어제 퇴근할 때까지만 해도 2년째 사귀고 있는 ‘오 영규’와 오랜만에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의대를 졸업하고 전라도의 섬에서 보건의롤 하며 군복무를 대치하고 있는. 애인 ‘오 영규’가 모처럼 만에 서울에 온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퇴근해 약속장소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오늘 밤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으로 마음이 한껏 들떠있었다. 8월초에 휴가를 받아 2박 3일동안 그가 있는 낙도에서 뒹굴며 함께 진한 시간을 보낸 후 한달여만에 만나는 애인과의 시간이었다. 27살 한창 물이 오르는 나이에 이미 영규와의 수십차례 잠자리로 섹스의 깊은 절정을 알아버린 ‘민희’에게 홀로 밤을 보내야 했던 한달이라는 시간은 자위로 채워지기에는 너무 길었었다. 하지만 약속장소인 바에 도착했을 때 의대동기 여럿과 술자리를 가지고 있는 영규의 모습에 단둘만의 은밀하고 에로틱한 시간을 꿈꾸던 ‘민희’의 기대는 어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3년동안의 직장생활로 익힌 접대성 미소로 안색을 추스르고, 즐거운 듯 이미 여러차례 만나 안면이 있는 그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함께 동석한 후, 연신 ‘영규’에게 눈짓으로 음주자제를 호소했지만 이미 술기운이 오른 애인은 그 눈빛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건배를 외친다. 12시가 넘어 3차의 술자리를 끝내고 인사불성으로 취한 ‘영규’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겨우 부축하고 와서 침대에 누이자마자 코를 골아대며 잠속으로 빠져든다. 그의 옆에 누워 클리토리스를 비비며 자위를 하다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고 말았다. 길을 걸어가면 남자들이 한번씩 되돌아 볼만큼 해사한 얼굴에 친구들이 백만불짜리 다리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날씬한 몸매를 가진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일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최악은 아침이었다. 출근 준비를 마칠 때쯤 겨우 술에서 깨어 일어난 ‘영규’가 투피스 정장을 입은 내 모습을 보고 달려들었다. 화장이 지워질까 싶어 살짝 짜증이 일었지만 스타킹과 팬티를 내리는 그의 뜨거움에 어느새 질에서는 꼬물거리며 애액을 흘리고 있었다. 방바닥에 서서 침대에 두손을 올리고 후배위 자세를 취하며 그를 받아들였다. 애무도 없이 뜨거운 페니스가 질펀하게 젖은 질벽을 가르며 들어올 때는 살짝 통증이 일기도 했지만 어느새 발끝에 힘이 들어가며 질벽의 주름들이 꿈틀거리며 오랜만에 맞이하는 침략군을 열렬히 환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몸이 상승기류를 타고 오르려는 순간 무거운 영규의 한숨과 함께 뜨뜻한 정액이 자궁으로 왈칵 밀리며 영규는 뒤로 널부러 지고 말았다. 미안해하는 영규의 표정을 보며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정말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오피스텔을 나왔다. ‘영규’씨는 오후에 다시 섬으로 내려가야 한다. 비참한 내 심정과는 정반대로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살랑거리며 선선했다. 언제나처럼 승강장 가득 출근인파로 빼곡히 서있는 줄의 중간에서 그를 발견했다. 그가 서 있는 줄 쪽으로 옮기려는 순간 지하철이 역으로 들어오고 뒷사람에 밀려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는 어느새 출입문 반대편 문 쪽까지 가서 기둥을 잡고 서 있었고 나는 그와는 약간 떨어진 출입문과 출입문 중간쯤에 서 있다. 그가 서 있는 쪽의 문은 앞으로 열서너 정거장동안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그의 재빠른 움직임에 감탄이 인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의 진동을 느끼며 가만히 그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검고 단정한 그의 머리부터 짙은 색으로 길게 드리운 그의 눈썹과 음영 짙은 그의 눈, 오똑한 콧날, 그리고 또렷한 입매와 날카로운 턱선 아래 불쑥 튀어나온 목젖을 차분하게 옆모습으로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가 자신이 지금 그를 훔쳐보는 것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묘한 쾌감과 함께 가슴이 살짝 떨려왔다. 이런것도 일종의 관음증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80cm에서 아주 살짝 모자란 듯한 그의 키와 날렵한 몸매..그리고 귀공자처럼 희고 반듯한 그의 외모는 여직원들이 대다수인 우리 회사 휴게실에서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잘생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가끔 와이셔츠를 걷어 올릴 때 보이는 꿈틀거리는 팔뚝의 근육들에서 언뜻 언뜻 풍기는 위험스런 동물의 향기가 회사내 여러 여직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아홉의 나이에 국내 굴지의 손해보험사인 우리회사 본사 과장으로 특채되고, 불과 이년만에 아랍쪽의 대형석유회사의 보험을 유치하고 차장으로 승진한 후 곧바로 해외영업부 중동지역 팀장의 자리에 오른, 승승장구하는 그의 스펙역시 그를 추종하는 여인들의 숫자를 증가시켰다. 그를 차분히 관찰하던 ‘민희’의 시야에 문득 부자연스러운 광경이 눈에 잡힌다. 그의 바로 앞에 서있는 웨이브진 파마머리 여인의 움직임이 조금 이상했다. 언뜻 보기에도 훌륭한 몸매에 하늘거리는 고급소재의 푸른계열 투피스에서 만만치 않은 회사에 다니는 OL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차려입은 여성이 지하철 창에 앞머리를 기대고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다. 갈색의 웨이브진 긴 머리에 가려 얼굴은 보이질 않지만 그녀의 유행에 민감한 세련된 옷차림에서 느껴지는 것은 스물다섯은 넘었고 서른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의 바로 뒤에 ‘이민재 팀장’이 바짝 붙어 서 있었는데 유난히 불룩 튀어나온 하체 앞섶과 그녀의 히프가 밀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철이 덜컹거리며 역에서 멈추는 순간 그녀의 엉덩이가 뒤로 살짝 밀리며 그의 앞섶을 문지르고 그녀의 희고 긴 손가락과 그의 손가락이 잠시 얽히는 것이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눈으로 확 들어온다. 그리고 그 순간 콧등를 찡그리고, 붉은 입술사이로 가늘고 길게 뿜어져 나오는 숨소리는 분명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성적인 자극에 달뜬 여인의 쾌감의 표정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오고 두사람의 몸은 더욱 밀착 되어 팽팽하고 둥근 그녀의 힙이 그의 앞섶에 눌려 찌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덜컹거리며 전철이 다시 출발하고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는 순간 그녀가 핸드백을 움직여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그의 손을 가려주면서 그의 손이 그녀의 아랫배 쪽으로 돌려지는 것이 눈에 스친다. 그들에게 신경을 집중하지 않고는 결코 알아차리지 못할 순간적인 움직임이었다. 잠시후 그녀의 입이 더 벌어지고 가느다란 그 녀의 목에 팽팽하게 긴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팀장의 팔뚝이 꿈틀거리고 움직이고 그녀의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신음성이 터져 나올 것처럼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옆모습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갸름한 얼굴에서 상당히 미인일 거라는 느낌이 든다. 디른 사람의 몸과 그녀의 핸드백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팀장의 손이 그녀의 치마속에서 가랑이 사이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전철의 문을 짚고있는 그녀의 손가락들이 부들거리고 안으로 한껏 쥐어지는 것이 보이는 그 순간 내 질구에서 벌레가 스물거리는 것처럼 액체가 흐른다. 아침에 ‘영규’와의 번개섹스로 살짝 달구어졌던 내몸에 불꽃이 인다. 전철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나에게서 느껴지는 신경세포는 그와 그녀 그리고 나뿐이다. 그녀가 문을 짚고 있던 손을 가져가 자기 입을 틀어막고 신음성을 삼키느라 몸을 떨어댈 때 그녀가 느끼고 있는 절정의 쾌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전이된 것처럼 눈앞이 하얘진다. 잡고 있는 전철손잡이에 힘이 들어가고 양 허벅지를 맞붙이고 비비는 순간 오르가즘이 순식간에 찾아온다. 눈앞에 오색의 폭죽이 터지고 찬란한 무지개위를 난다. 하이힐 속의 발가락들이 제 멋대로 구부러들고 뜨거운 애액이 왈칵 쏟아진다. 다시 덜컹거리는 전철의 소음이 들린다. 아직 다음역에 정차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르가즘의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은것 같았지만 난생 처음 느껴보는 지독한 쾌감이었다. 세상에 손끝하나 자극이 없었는데 ... 쳐다보는 것만으로 이런 지독한 오르가즘이라니... 애액이 팬티를 적시고 스타킹 밖으로 흐르는 것이 느껴지지만 온 몸이 나른한 것이 어디 가서 눕고만 싶다. 내가 그 지독한 오르가즘을 빠져나오서도 그들 두 남녀의 은밀한 쾌락의 행위는 전철이 몇번 정차할 동안 계속되었다. 다른 이들에게 그 행위를 들키면 어쩌나.. 오히려 그들보다 내가 더 조마조마 했다. 우리회사가 있는 지하철 역 바로 전 역 앞에서 그녀가 내렸다. 그녀가 출입문으로 몸을 돌릴 때 비로소 얼굴을 볼수 있었다. 자기 정도 또래의 하얗고 자그마한 그녀의 청초한 얼굴은 질투가 날 만큼 예뻤다. 그 얼굴 어디에서도 방금 전까지의 은밀하고 도착적인 행위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가 몸을 돌리고 전철에서 내리기전 팀장과 잠깐 눈이 마주쳤고 그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지며 팀장의 손에 무엇인가 쥐어주는 것이 보인다. 하얀색의 작은 종이로 보아 명함인듯 했다. 그들은 서로 사귀는 사이 같기도 하고 처음 본 사이 같기도 하고..아리송했지만 그녀가 그에게 준 것이 명함이라고 확신이 든 순간 그 들은 오늘 처음 본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 흰 명함을 쥔 팀장의 손가락에 물기가 언뜻 보이는 것같이 느껴진 것은 착각이었을까?..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급히 화장실에 들린 민희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팬티와 스타킹을 벗어 버렸다. 너무 젖어 입고 입기도 찝찝했고 냄새라도 날까?.. 싶어서 였다. 그를 따라잡고 싶어 뛰다시피 계단을 오르자 중간쯤에 그의 모습이 보인다. “팀장님~”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 민재의 귀에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서너계단 아래에 ‘강민희’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쳐다본다. “어휴~..걸음이 무척 빠르시네요..아까 부터 따라 왔는데..” 발그레한 민희가 숨을 몰아쉰다. 검은 색 정장치마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새하얀 맨다리가 싱그럽다. “하하..천천히 와요..넘어져요..” ‘강민희’는 입사 3년차에 올해 대리 진급을 앞두고 있는 똘똘하고 예쁜 아가씨다. 특채로 들어온 민재보다 근무 연수가 1년 많은 자신이 팀장으로 있는 중동팀의 부하직원이다. 업무처리가 똑 부러지고 영어회화에도 능통해서 사내 고과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민희는 다른 팀 소속의 1년 선배들 두명과 함께 대리진급을 놓고 경쟁하는 중이다. “호호..차는 어쩌고 전철타고 오세요?..팀장님..” “어제 술자리가 있어서..차를 놓고 퇴근 했어요..” 생글거리는 ‘민희’가 친근하게 굴며 다가온다. “앗~”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민희가 발을 삐끗하며 몸이 흔들린다. “조심하세요..민희씨” 오른손을 뻗어 민희의 허리를 잡아준다. “고,,고마워요..팀장님..” 민희가 유난히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 한다. ‘허리를 잡은 이 손가락..아까 ,,그 여자의 물기가 있던 그 손인데...’ 민희의 허리에서 시작된 짜르르한 전기가 곧장 가랑이 사이로 퍼지며 노팬티의 질구가 꿈틀거린다. 대현생명 빌딩 24층 전체를 쓰고 있는 해외 영업부의 오후는 언제나 시끄럽고 분주하다. 쉴 사이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영어와 불어 아랍어가 뒤섞여 들리며 악을 써대는 사원들의 고함 소리가 마치 국제 전시회에 온듯하다. 대현그룹의 지주회사이자 국내 1위의 손해 보험사인 대현생명의 ‘홍영기’ 대표이사가 국내에서의 손보사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으로, 유명무실했던 해외 영업팀을 전격적으로 확대 개편하여 해외 영업부로 명명하고 자신의 둘째아들인 ‘홍재경’상무를 해외 영업부의 수장으로 임명하고 해외로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 4년전인 2006년이다. 2006년에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국제법 석사학위를 받은 ‘이 민재’가 대현 생명으로 특채된 것은 홍영기 상무와의 옥스퍼드 인연 때문이었다. 2003년부터 옥스퍼드에 편입해 경영학을 수강하던 홍재경과 법대 대학원생이던 이민재는 옥스퍼드대에 몇명밖에 없는 한국계의 특성상 자주 어울렸었고, 네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민재의 명석함을 높이 평가하여 친구처럼 지냈다. 그 후 귀국하여 상무라는 직함과 해외 영업팀의 수장을 맡은 홍재경이 ‘이민재’를 과장급으로 특채 했을때 회사 내부 기성세력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원어민 뺨치는 영어와 아랍어를 구사하며 중동에서 굵직한 보험 계약들을 성공시키며 해외영업부의 간판스타가 되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열살때 부보님의 교통사고 사망으로 고아가 된 민재를 유럽에서 사업중인 큰아버지가 데리고 간 후 옥스퍼드대에 나타나기 전까지 15년의 세월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말도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부했다는 말도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중동지역 시민혁명 발발로 모든 정국이 안개속에 가려진 요즘 민재의 일과는 정신없이 바쁘다. 시리와 와 이란 지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신에 촉각을 곤두세워야했고 수십차례씩 현지 공관원과 통화를 해야만 했다. 서울과 다섯시간쯤 시차가 나는 중동지역의 정보는 서울 시각으로 오후 한시가 넘어야 정확한 정보가 입수된다. 그때가 현지의 출근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후 다섯시 통화를 끝내고 홍재경 상무에게 보고할 보고서를 작성해 메일로 전송한후 한숨 돌릴 때 파티션 너머로 불쑥 ‘강민희’의 얼굴이 솟아오른다. “팀장님..홍차라도 한잔 타다 드릴까요?..너무 지쳐 보이세요..호호” “그럼 부탁할까요..” “민희씨..나는 커피로 부탁해..” “네..대리님..” 건너편에 앉은 ‘오 연수’대리가 커피를 주문한다. 반달 눈웃음을 지며 민희가 탕비실로 사라지는 민희의 날씬한 종아리에는 아침에 안보이던 스타킹이 신겨져 있다. “고마워요..민희씨”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차를 탁자위에 올려놓은 민희가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쭈삣거린다. “저 팀장님.. 언니들이 오늘 금요일이라고 ..술 한잔 같이 하자는데..시간 되세요?..” 지난주에 쿠웨이트의 건설회사와 맺은 보험계약을 치하하는 상무님에게서 금일봉을 받은것이 있는데 그것이 소문이 난 모양이다. 결국 홍차는 사약이었군... “그래요?..음..그럼 퇴근하고 ‘우가네’집으로 모이라고 하세요..빠지는 사람 없이..” “네..” 쾌활한 민희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주위가 부산스러워진다. 민희와 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육식토끼들이 벌써부터 퇴근준비를 하는 모양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