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의 추억-단편
밍키넷
기타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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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05:45
10년전쯤인가..조금 넘었나..
아마 내가 20살을 갓 넘길 무렵 이었던듯하다.
그 당시 야심차게도 음악을 하겠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어느 조그만 까페에서 노래를 하게됐다.
하지만 성업중인 가계가 아니어서 문도 오후6시쯤 겨우 열고
새벽2시쯤 가게문을 닫는.. 물론 얼마안가 망했지만...
일반 까페는 한 시간 순서로 가수도 3-4명이 노래를 하고
아르바이트 직원도 3-4명이 되지만.. 이 가계는 노래 하는 사람 달랑 나 하나..
그리고 써빙하는 여자 하나..이렇게 둘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더 재미있던 건 사장은 아예 보이질
않고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문닫을 때 나타났다간.. 금방 사라졌다.
말이 노래지 6시쯤 터덜 터덜 2층 가게로 들어서면
먼저 와있던 그녀..(나보다 2살 위였음..)가 씩 웃으며 김치볶음밥을 해주고..
둘이 먹고 정리하고..손님오시면 같이 써빙하고..
신청이 있거나 홀에 손님이 5명 정도 되면
그제서야 내가 피아노 치며 노래 한 두곡 부르고.. 그게 다였다..
그러니 난 손님이 없거나 하면 피아노 앞에 앉아 이것저것
연습도 하고 혼자 흥에 겨워 주접..(?) 도 떨고..
아니면 설거지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거나
장난을 치거나..그런 날들이 흘러갔다.
그녀는 무척 조용한 성격이었다.
차갑진 않았지만 늘 조용조용 했고 가끔 눈이 마주치면 빙긋 웃으며
‘ 뭐 할말있니? ’ 이런 표정을 짓기만 했다.
그런 그녀에게 조금씩 조금씩 호감이 생기더니..
급기야는 바라만 봐도 가슴이 덜덜 떨릴 지경까지 이르고 말았다..
긴 생머리가 어깨 밑까지 윤기가 흘렀고
옷차림은 항상 단정했다
가끔 마주앉아 저녁을 먹을 때 그녀의 손을 바라보면
하얗고 긴 손가락이 물결치듯 흔들리는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화장도 거의 안한 순수한 얼굴인 듯 싶다.
여자경험이 거의 없던 내게 그녀는 천사였고
다정한 한마디. 행동, 눈빛에도 난 그저
녹아내리는 여름날 아이스크림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날이 계속되며 난 멍하니 그녀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한창 왕성한 나이 탓인지...
얌전한 옷맵시에 가려진 그녀 몸의 곡선을 음미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뒤로돌아 설거지 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청바지 아래로 예쁘게 뻗은 다리의 곡선을 본다든지.
땅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들려 허리를 숙여 몸을 구부리면
살짝 보였다가 사라지는 엉덩이의 윤곽에 가슴이 방망이질 친다든지...
바지 아래로 하얗게 언뜻언뜻 보이는
발목의 눈부심까지..
하지만 몹시도 순수했던 때라..한번 어떻게 따(?)먹어볼 상상은
해보지도 못했고..
그저 어떻게 하면 좀 더 가까워져서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을까..가 소원의 전부였다..
그렇게 두 달 쯤 흘러
때는 장마철이 시작되고
한 날은 물에 빠지듯이 겨우 가게에 가 보니
무릎까지 내려오는 짙은 감색 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변함없이 단아한 자태로
나를 반겨주었다.
그 분위기가 상상되는가..
바깥은 어둡고 사납게 우르릉 거리며 퍼붓는 빗소리가 어지럽게 들리고
반대로 아늑한 실내엔 포근한 미소를 띤 그녀가 반겨 줄 때의 느낌을..
그 분위기의 완성은 들어가는 곧장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꼭 끌어안는 것이었지만..
당연히 그럴 순 없었다..
그저 반갑게 인사하고 머리를 닦고
그녀가 해준 저녁을 나눠먹고.. 설거지를 하고..
역시 그녀가 타준 커피를 마시고..함께 소파에 앉아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렸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엄청난
폭우였다.
난 슬며시 내 옆에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커피잔을 입가에 들고선..약간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컵을 매만지며..
반팔 난방 아래로 아름답게 뻗어 나온 그녀의 팔이 보이고
그 아래로는 무릎부터 하얗게 빛을 내며
매끈한 종아리로 예쁜 곡선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자 갑자기 세찬 격정 같은 게 퍼지기 시작했다..
웬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커피 잔에서 입을 때고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려 상체를 숙였다가는
다시 허리를 기대며 약간 뒤로 앉으며 그녀가 말했다..
“ 얘.. 오늘 비 참 많이 온다.. 오늘도 손님 없겠다.. ”
그녀의 고운 목소리를 듣자 난 더 멍해졌다..
요란스레 울려대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얼굴을 그녀에게로
아주 조금씩 조금씩..가져갔다..
“ 아...심심해질려 해.. 얘 나 노래불러주면 안되니?
너 노래 참 좋은데..”
이렇게 말하며 나를 돌아보는 그녀와 딱~! 눈이 마주쳤다..
나는 내가 하려던 행동 때문에..
그녀는 갑자기 심각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나 때문에..
둘이 그렇게 굳어버렸다...
그녀의 눈빛에 혼란스러움이 살짝 스치는 게 보였다..
아마 내가 발산하는 분위기가 보통 때의 나인지
아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살폈나 보다..
역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그녀가 상체를 뒤로 빼며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 뭐 묻었...니? 뭘 그렇게 보니? 쑥..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