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이는 나보다 열 살이 어리다.
그래서 나는 사회인이고, 그녀는 아직 대학생이다.
그녀가 ‘아저씨’인 나와 만나준 것은 원래 호기심 때문이었다.
늘 낯선 것에 끌린다고,
안 해 본 짓,
속해 있지 않던 곳,
낯선 대상에 흥미가 생긴다고 하는 그녀는 천칭자리,
이른바 눈은 늘 일탈된 곳을 향하지만 몸은 안정된 자리에서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성격이다.
나와 함께하는 모든 일이,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일탈이었다.
그만큼 원래부터 그녀는 안정되고 갖춰진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 날 재인이가 또 다른 엉뚱한 짓에 꽂히기 시작했다.
“업소란 데 가보고 싶어. 여자가 나오는 술집,
여자가 나와서 자기를 남자한테 선보이고 함께 놀아준다는 곳을 보고 싶어.
그런 데는 어떨까? 그런 데서 자기를 보여주고,
모르는 남자한테 선택받고,
처음 보는 사람의 마음이랑 몸에 맞춰준다는 건 어떤 일일까? 어떤 느낌일까?”
그런 곳 여자들의 고달픔,
(여러 가지 의미에서의)좆같음,
그리고 영악함을 알 만큼은 안다 자부하는 나로서는
재인이의 그런 생각이 그냥 철없고 귀엽게 느껴질 뿐이다.
“딱히 별 건 없어.”
나는 최대한 초연한 척,
그리고 연하의 여자에게 아는 척,
잘난 척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아무렇잖게,
아니 아무렇지 않아 보이려고 애를 쓰면서 말한다.
“자본주의잖아. 지가 가진 것 중에 시장에서 먹힐 만한 걸 들고 나와서,
돈을 받고 파는 거야. 얼굴, 나이든 남자한테 ‘오빠앙~’하고 앵길 수 있는 애교, 아니면 이런 것.”
말하면서 뻔뻔스럽게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뻗는다.
브레지어를 하지 않은 유방이 옷속으로 뭉클 붙잡힌다.
그래, 이거라면 재인이가 어디에도 내놓을만한 퀄리티의 무언가라고 혼자 생각이 들었다.
재인이가 내 손등을 찰싹 때린다. 나는 중년 아재처럼 킬킬댄다.
“그러면 나처럼 나이 들고, 가진 건 돈밖에 없고,
어지간해서 어리고 예쁜 여자한테 오빠 소리 들을 일이 없는 남자는 거기 홀려서 돈을 쓰는 거지.
내가 아직 나름 매력이 있고, 여자가 앵길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착각을 돈 주고 사는 거야.
덤으로 여기도(그녀의 손을 끌어다 내 사타구니에 놓으려고 하지만 재인이가 이번에는 넘어오지 않는다) 위로받고 말이야.”
“근데 어린 남자애들도 종종 간대메요.”
재인이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거기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아, 한 번 구경해봤으면 좋겠다. 딱 한 번이면 되니까.”
발을 동동 구르는 목소리다.
아니 진짜 발을 굴렀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진심에서 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런 데 남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바보처럼 구는지,
여자들은 그걸 어떻게 달래주고 맞춰주는지, 보고 싶어. 방해하거나 비웃지 않을 테니까.”
“직접 해보고 싶은 것은 아니고?”
재인이는 어쩐지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이 되어가지고는, 내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직장 동료들을 만난다.
동료들은 대개 내 또래고,
일부는 이제 갓 삼십대가 된 애들도 있다.
개인적 사정과 사회적 통념 때문에 어디라고,
어떤 업종이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그냥 이렇게 말해두자.
우리는 운이 좋았다.
어디까지나 운이 좋아서,
이토록 빡센 세상에서 별 것 아닌 학벌과 기술을 가지고도
어찌저찌 21세기 대한민국의 한심한 소득 평균치보다 좀 더 높은 수입을 올리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의 직장인 평균보다는 편한 일정을 소화한다.
이 정도면 옛날처럼,
그러니까 20세기 호황기의 남자들처럼,
대단치는 않지만 만만한 여자를 하나 집에 들인 채 가부장 흉내를 내 볼 수도 있다.
원한다면 말이다.
물론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대신에 각자 한 가지 이상의 취미에 탐닉하며,
주말의 클럽이나 포차, 때로는 업소에서 허무함과 불안감을 배설해 버린다.
우리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의 이 자리는 불안정하고 경력은 사회적 통념의 잔고에 축적되지 않으며
이런 고소득(?)도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걸 안다.
우리에게는 50대의 풍요와 60대의 안락이 없을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기껏해야 고령화 시대의 길고 긴 빈곤이겠지.
그러니까 현재를 즐기고 낭비할 뿐이다.
발버둥쳐봐야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형, 진짜예요? 태민이가 지어낸 소리가 아니고?”
“아냐, 내가 직접 들었다니까. 내가 (야, 걔 이름이 뭐였냐? 아 맞다-) 현아한테 받을 때,
넌지시 물어보니까 맞다고 했어.
태민이 고추가 확실히 지가 보기에 눈에 띄게 잘생겼다고.”
태민이랑 동갑인 준후 녀석이 못믿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댄다.
“립서비스 아니에요?”
“미쳤냐, 태민이 좆이 잘생겼다는 립서비스를 왜 나한테 해.”
자기가 썰을 풀면서도 스스로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녀석이 영근이,
생긴 건 뚱뚱한 체구에 안경을 낀 흔한 스타일이지만(피부는 좋았다)
입담이 좋고 유머감각이 있으며 옷도 그런대로 잘 챙겨입어서
의외로 인기가 좋은 녀석이다.
지 성기가 평균보다 다소 작다는 걸 먼저 농담거리로 삼는 녀석인데,
회식 후 찾은 안마방에서 직장 동료가 ‘좆이 잘생겼다’는 칭찬을 들었다 하자
일부러 그 여자를 지명해 들어가서는 진짜 그랬는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나는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거 참 나 보내놓고 별 짓들을 다했네. 그게 그렇게 궁금하던? 태민이 좆이?”
내가 끼어든다.
“형은 데이트한다고 먼저 갔잖아.
태민이는 집에 일이 있다 했고. 준후랑 둘이 앉아서 뭐하겠어요? 시커먼 남자놈들끼리.”
“서로 빨아주든가 미친놈들아.
태민이 좆이 잘생겼는지 궁금하면 왜 보여달라 그러지 그랬어?
네가 직접 까 보고 확인하면 되잖아.
뭐하러 안마방까지 가서 간접적으로 증언을 듣냐.”
“에이 형,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내가 걔 좆을 뭐하러 봐요?
근데 걔 좆이 객관적으로다가 언니들한테 먹히는 좆이라는 게,
심지어 인정을 받았다는 게 신기하고 열받고 그렇잖아요.”
“근데 형, 태민이꺼가 진짜 뭐가 특별한 게 있기는 있나 봐.
그런 데서 일하는 언니들은 좆을 씨발 수백 개 수천 개는 봤을 것 아니에요?
근데 그렇게 인정해 줬다니. 대박이네.”
킬킬대는 영근이랑 달리 준후는 감탄하는 척하면서도 뭔가 열패감을 느끼는 눈치다.
“태민이는 게다가 몸짱이잖아. 거의 취미가 헬스던데.”
“씨발 좆은 내가 더 큰데.”
준후가 투덜거리는 소리에 나도 영근이도 크게 웃는다.
“하여간에 징글징글한 놈들이다. 니네도 그렇고, 태민이도 마찬가지고.”
“아 형이야 팔자가 좋으니까 그렇죠.”
영근이가 말한다.
“만나는 언니가 열 살이나 어리대메.
형이야 이십대 언니를 만나니까 뭐...... 그럴 필요 없겠지만
우리는 그런 데나 아니면 어디서 떡을 칩니까.
다 불우이웃이라서 그런 것 아니에요.
형이 존나 금수저인 거지,
아 우리같은 흙수저의 마음을 알기나 해요?”
저래 재수 없는 소리를 해도 느물느물 웃으면서 하면 도무지 밉지가 않은 게 영근이의 특징이다.
뚱뚱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남에게서 끝없이 관대함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야 그 말이 아니라, 하다못해 클럽에라도 가면 되잖아.”
“클럽 애들 매너 없어요. 걔들은 하여간에 서비스 정신이란 게 없어!
한 두 번 먹고 나면 질렸는지 전화도 안 받고 말이에요.
에이 이래서 좆이 작으면 그냥 죽어야 돼.”
그렇지는 않다.
좆이 작은지는 몰라도(사실 좀 작은 것 같기는 했다) 영근이는 우리 중에 가장 인기가 좋았다.
특히 업소 애들이 먼저, 신청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하게끔 만드는 이상한 재주가 있었다.
저 녀석이 매주 업소를 드나드는 것은
‘자연산’한테 먹히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취향 문제이고,
또한 저 살덩어리에서 느껴지는 끝없는 욕심, 욕심 때문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 금수저 언니는 잘 있어요?
어제도 1차 자리에서부터 빨리 달려가고 싶어서 마음이 여기 없으시더만요.”
준후가 말한다.
영근이는 옆에서 ‘야 너라면 안 좋겠냐? 대학생이라는데!’ 추임새를 넣는다.
“결혼할 거예요?”
나는 픽 웃는다.
“말했잖아. 걔 남친 있다고.”
“그게 뭐 어때서요. 골키퍼 있다고......”
“골이야 지금도 맨날 넣고 있지.”
내가 얼른 녀석의 식상한 드립을 못지않게 식상한 농으로 막아 버린다.
하지만 이어지는 목소리에서 기운이 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봤자 키퍼가 안 바뀌는 게 문제지만.”
내가 말한다.
“인제 반 년이나 남았나?
요즘 애들은 군대도 왜 그렇게 짧은지.
벌써 겨울 되면 걔 남자친구가 제대한댄다. 그러면 그리로 돌아가게 되지 않겠냐.
그냥 그때까지, 그 정도 관계야. 원래 나랑은 다른 애고.”
“그냥 떡이나 존나 치세요.”
영근이가 말한다.
“뭐 있나요. 그저 떡치는 게 남는 거지. 존나 질릴 때까지 먹어 버리세요.
언제 또 그러겠어요. 형한테야 잘된 거지, 뭐. 아 어린 애가, 한창 예쁠 때,
막 자진해서 먹어달라는데 얼마나 좋아. 심지어 끝까지 책임질 필요도 없고.
미련 갖지 마시고...... 할꺼 다하고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남자친구란 애한테 돌려보내면 되는 거지.”
“야 진짜 부럽다. 형 그 언니 친구는 또 없대요? 나도 그런 애들 만나보고 싶네.”
나는 웃는다
.
“그러게. 진짜 부럽다니까.
나는 언제 그렇게...... 있는 집 귀한 애랑 그래 보나.
인생이 이렇다니까.
형이 그렇게 로또 맞을 동안 나는 내 돈 받고 빨아주면서도
태민이 좆이 더 좋다는 년한테나 존나 싸야지 뭐 어쩌겠어요.
아 대한민국의 이 양극화된 현실이 나는 정말 싫다니까.”
“야 안 그래도 있잖냐.”
내가 불현 듯 말을 꺼낸다.
꺼내고는 잠시 주저한다. 진짜 말해도 될까? 실수하는 것 아닐까?
“걔가 어제 요상한 소릴 하더라고.”
영근이, 준후가 나를 본다.
내 다음 말을 기다린다.
나는 갑자기 가슴에 뭐가 걸린 양 속이 답답하다.
말이 심장으로부터 기관지 어딘가에까지 올라왔다.
나는 이걸 애들 앞에 토해내거나, 아니면 영영 꿀꺽 삼켜버려야 한다.
“뭔데요?”
나는 또 웃는다. 농담처럼 털어놓고 그냥 웃어넘길까 했다.
그런데 입 꼬리가 나도 모르게 자꾸 굳는다.
“왜요? 설마 그만 만나재요? 아니면.”
“업소 가보고 싶대.”
나는 결국 말해 버린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지 눈으로 직접 구경해 보고 싶대나.”
영근이도 준후도, 웃지 않는다. 뭐랄까 우리 셋 다 웃음을 터뜨릴 타이밍을 놓쳐 버린 것 같다.
두 녀석의 눈이 똥그랗게 나를 쳐다본다.
우리는 이게 농담인지 농담이 아닌지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머 진짜요?”
재인이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 높여 웃는다.
흔히들 ‘빵 터진다’ 할 때의 바로 그거다.
그러니까, 태민이의 성기가 남자 성기를 수백 개 수천 개 봐 온 여자들이 보기에도
특출나게 잘생겼더라는 그 말에.
재인이도 두 세 번 태민이를 본 적이 있다.
한 번은 누군가의 결혼식,
또 한 번은 술자리,
또 한 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가 얼굴을 아는 사람의 성기 이야기는 많은 경우 흥미진진하게 마련이다.
“아 진짜 아저씨들 더럽다. 그걸 그래서 확인해 봤다고요? 친구끼리?”
이상하게도 ‘더럽다’는 말에 경멸의 느낌은 없다.
말하자면 꼬맹이들이 방귀나 똥 같은 말을 웃으면서 강박적으로 읊어댈 때와 비슷한 음색이다.
“아니 서로 보여주거나 그런 건 아니야.”
“그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태민이 아저씨가...... 섹스한 여자랑 영근이 아저씨가 또...... 했다는 거잖아요. 아
니면 그냥 가서 물어만 봤대요?”
“가서 했다는 게 맞아.”
재인이는 짐짓 제 머리를 감싸쥐며 으아악, 만화 같은 제스처로 비명 지르는 시늉을 한다.
그녀가 사랑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다양한 몸짓과 표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기 친구랑! 어제 섹스한 여자한테 가서 섹스를 하면서,
내 친구 고추가 어땠는지 물어본단 말이에요?
그러면 여자는 그 남자랑, 또 섹스를 하면서 그걸 묘사해 주고?”
“그런 셈이지.”
“더러워, 더러워!”
“그런데 말이야.”
나는 재인이의 베게 쪽으로 얼굴을 굴려 그녀의 귓불을 살짝 핥듯이 말한다.
“그런 얘길 들으면서 여기는 왜 이래? 젖었잖아.”
“아니에요! 그건 오빠가 아까부터......”
“아닌데. 뭔가 안쪽에서부터 새로운 게 나오는데.”
재인이가 내 등짝을 때린다.
나는 맞아주면서도 그녀가 내 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꽉 껴안는다.
한쪽 손은 계속해서 그녀의 언덕,
음모 위로 도톰하게 솟아오른 도톰하고 부드러운 살을 더듬으면서.
“진짜 솔직하게 말해 봐요. 오빠도 그런 데 다니는 것 아니에요? 나 몰래.”
“말했잖아. 전에는 나도 간혹 가 본 적이 있지만, 너 만난 다음부터는 일절 발을 끊었다고.”
“그거야 당연한 거고! 그럼 오빠도 그런 데 가서 서로 비교했어요? 자기 고추랑, 친구들 고추랑 그렇게?”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솔직해지기로 하고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응’ 대답한다.
재인이에게 남자친구가 따로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이런 부분이다.
서로에게 완전히 유일한 관계였다면 이럴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재인이한테 대해서도, 재인이가 나한테 대해서도
아마도.
“같은 여자랑 하면서?”
“가능하면 서로 겹치지 않는 방향으로 했는데, 그래도 어쩌다가는.”
“그럼 그 여자는 동시에 오빠랑, 오빠 친구들이랑 하는 거예요?
오빠들 중에 누군가 하고 싶다고 하면?
오빠 친구들은 그 여자를 (여기서 재인이가 눈에 띄게 얼굴을 붉힌다) 그러니까 사이좋게......?”
“그 여자들은 그게 직업이니까. 그리고 다른 애들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는 그런 것 가지고 싸우지 않았어.
그냥 고마워했지.
아니 그러니까,
주는 돈 대비 더 잘 해주고 친절한 여자라면 말이야.
싹싹하고 감정노동을 잘해주는 여자라면, 우리야 고마운 거지.”
“너무 고마워서 서로 권해주면서? 좋은 물건을 나눠쓰듯이.”
“좋은 물건을 나눠쓰듯이, 맞아.”
“아 오빠...... 거기, 거기 조금만 더.”
나는 재인이가 시키는 대로 그녀의 소음순을 쓰다듬으면서,
슬그머니 손가락 하나를 아래쪽 구멍 안으로 밀어 넣는다. 재인이가 몸을 뒤튼다.
“오빠 또 그러고 싶어요?”
“뭘?”
“그런 데 가는 것. 가서 해달라면 뭐든지 다해주는 여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여자들을, 신상을 바꿔쓰듯이,
어떤 땐 친구들이랑 나눠서 써 가면서......?
나 때문에, 사실은 그러고 싶은데 나 때문에 꾹 참는 것 아니에요?”
“너 때문에 그런 데 안 가는 건 맞아.”
이제 못 참게 된 나는 재인이에게 입 맞춘 후 그녀의 얼굴을 슬그머니 아래로 향하게 한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이불을 걷어내고 내 아래쪽으로 향한다.
거기에는 나 혼자서 이미 발갛게 달아오른 성기가 있다.
그녀가 그것을 붙잡고, 뜨거워진 줄기에 입을 맞춰 준다.
“근데 꾹 참고 안 가는 건 아냐. 사실 지금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아.
너랑 있는 게 더 좋아. 재인이랑 하는 게 훨씬 좋아.”
“그래요?”
“으...... 그거, 그거.”
내가 몸서리를 친 것은 그녀가, 어느새 내 성기에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훑어 쪽 빨고는,
뒷처리를 해주듯이 귀두 언저리를 혀로 핥아주었기 때문이다.
내 몸 전체가 하늘 높이 발기한다. 새벽이슬을 털어내며 자라난다.
“이런 걸 해주니까?”
“응. 그런 걸 해주니까.”
재인이가 내 것을 입안으로 깊이 물었다가는, 뱉어낸다.
내 것에 따뜻한 자취를 남겨놓는다.
“그런 데 가도 여자들이 똑같은 걸 해줄 것 아니에요.
직업이니까 더 능숙하고, 더 잘해줄 텐데.”
“달라. 재인아.”
내가 말한다.
“넌 특별해.”
재인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내 것을 한층 더 예뻐해 준다. 나는 베개에 목덜미를 파묻으며 눈을 감는다.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눈을 감은 채 말한다.
“걔들도 업소 같은 데 다니지 않을 거야.”
재인이의 얼굴이 아래 위로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다.
힘을 주어 빨아들였다가 잠시 놓아주었다 한다.
내 음경을 둘러싸고 수시로 바뀌는 압력이 나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감은 눈 안쪽으로 무언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새로이 보일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게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빨아주면요?”
재인이가 내 것에서 잠시 입을 떼고 나를 올려다보며 웃는다.
나는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응. 네가 빨아준다면.”
내가 그녀에게 센 눈길을 주고, 그녀는 잠시 그 눈길을 받아주다가 못 이긴 듯 시선을 내리깐다.
그리고 내 성기를 예뻐해 주는 일로 주의를 돌린다. 그녀의 혀가 내 귀두 위에서 미끄러진다.
“만약에 말이야.”
나는 흥분한 나머지 머릿속 생각을 별 장벽 없이 풀어헤쳐 버린다.
“내가 걔들 것도 빨아주라고 하면, 빨아줄 거야?”
재인이가 다시 나를 올려다본다.
그녀는 내 것을 빨다가, 망설이다가, 또 빨다가, 망설이다가 한다.
그러다가 내가 거의 포기했을 즈음에야.
“오빠가 원한다면요.”
그녀가 말한다.
“오빠가 진짜 진짜 원한다면......”
나는 더 견딜 수 없었다. 그녀의 입안에서 내 것을 꺼내고, 그녀를 눕히고, 그녀 위에 올라탄다.
짐승처럼 그녀를 덮친다.
“사랑해, 재인아.”
그녀에게 으르렁대며 몸을 얽는다. 그녀를 거기 누운 채 꼼짝 못하게 한다.
그리고 포식자처럼, 내 무기를 꺼내 그녀에게 겨눈다. 재인이는 도망치는 대신 내게 눈을 맞춘다.
그녀의 눈이 ‘진짜요?’ 내게 묻는다. 나는 ‘진짜다’라는 의미를 담아 그녀를 노려본다.
“나는 네 것이야.”
선언하듯 그녀 안에 내 것을 심는다.
내가 그녀의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내 몸을 그녀 안 깊숙이 밀어 넣은 채 그녀의 처분을 기다린다.
“저도 오빠 거예요.”
재인이의 속살이 몸안에서 내 것을 끌어안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오빠가 원한다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내 친구들 것도.”
“오빠가 원한다면.”
“영근이 것도, 태민이 것도, 준후 것도!”
“오빠가 진짜 원하기만 한다면.”
내 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세차게 움직인다.
재인이가 그런 내 몸의 리듬을 맞춰주는 걸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한 몸에, 한 리듬에, 한 세상에 올라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