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넷 - 성인 야설 : 늑대남은 발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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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남은 발정중♡
밍키넷 0 4,941 2023.08.21 13:50

늑대남은 발정중♡

오랫동안 살았던 맨션을 떠나,도나미(十波)들 이꾸시마(生島)가족들은 도심에서 조
금 떨어진 곳에 꿈에 그리던 마이홈을 구입했다. 도나미가 고교 1년이 된 가을이었다.
호화롭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자그마하고아담한 집이었지만, 작은 정원도 확실
히 딸려있었다. 고교와도 1시간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아서, 도나미도새로운 집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샐러리맨인아버지는 다소 무리를 해버려서,매일 잔업이다
뭐다 하면서 바빴다. 리스트라의 태풍이 불고 있는 지금,가족과의 시간을 너무 소중
히 하다가 회사에서 목이 잘리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토요일이어서 회사가 쉬는 오늘도 도나미의 아버지는 부장의요청으로 사냥에 참가
하게 되었다. 사냥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그것이 회사원의비애라 막 구입한 마
이홈을 위해서라도 거스를 수가 없었다.
부장의 사륜구동차에 실려, 실컷 흔들린 끝에 도착한 곳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험
준한 산이었다. 인가에서 떨어져있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근처의 마을에서도 차로 30
분이나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었다.
실은 이 산은 험준한 것만이아니라 신산(神山)으로써 근처의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사람의 손이 전혀 미치지않았고, 그만큼 사냥감도 풍부했다.
사냥을 하기에 적당할 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다니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잡초가
잔뜩 자라있고, 짐승들이 다니는 길조차 보이지않는 산을 걷는 것은 상당한 일이었다.
각오를 다지고 올라가려고 해도, 정신차리고 보면 줄줄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
여기 저기 산속을 뛰어다녀 피로곤비의상태가 된 아버지의 시계에모피 덩어리가
잡혔다. 무엇인가 생각하고 다가가보니, 그것은 아직 어린 강아지였다.
몸은 이미 어른 고양이만했지만, 그 얼굴 생김새에서 기껏해야 생후 1, 2개월밖에 되
지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킁― 하고 짖는 소리도 약하고, 그다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어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필시 일행을 놓치고 이곳에 떨
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절은 이미 가을이었다.
앞으로 점점 겨울이 되어추워질텐데, 이런 상태로이곳에 내버려두면 동사하거나
아사하거나…어쨋든 길게 살지 못할 것은명백했다. 어미와 떨어진 새끼에게는 겨울
은 너무나 잔혹하다.
「할 수 없군…데리고 갈까……」
다행히 마이홈도 막 구입해고, 아들도 쭉 개를 기르고 싶어했었다. 이대로 데리고 돌
아가면 틀림없이 환영해줄 것이다.
아버지는 그 강아지를 점퍼 주머니에 집어넣고, 종종걸음치며 조금씩 산을 내려갔다.

□□□

아직 새로운 향기가 감도는 집안에서, 도나미는 혼자서 TV를 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저녁 식사거리를 사러 나가서, 집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작 아작 과자를 씹으면서 거실의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은그 모습을 어머니가
보았다면 틀림없이 주먹이 날라왔을 것이다.
어린티가 나는 귀여운 얼굴생김을 하고 있는 도나미는T―셔츠와 무릎까지 오는
진즈 차림으로 있으면, 중학생으로 보이기도 하다.
그런 도나미가 보고 있는 것은 렌탈비디오접에서 빌려온 영화였다. 일요일은 그다
지 재미있는 방송을 하지않아서, 놀러나갔다 돌아오면비디오를 보면서 지낼 때가
많다.
「돌아왔어―…」
그 소리는 부장의 요청으로 인해 피로해진아버지의 것이었다. 도나미는 서둘러 테
이블에서 발을 내려놓고, 과자로 향하던 손을 거두며 말했다.
「다녀오셨어요―」
아버지가 구두를 벗고 이쪽으로 오기 전에 어떻게든 테이블 위를 치우려고 도나미는
황급히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아버지건 어머니건, 과자따위를마구 흩어놓은 실
내를 보면 화를 낼 것이 뻔했다.
아버지는 그런 도나미를 기쁜 듯한 목소리로 불렀다.
「도나미, 도나미, 선물이다.」
「……? 뭔데?」
불려져서 거실에서 나간 도나미에게 아버지는 싱글싱글 미소지으면서손에 들고 있
던 주머니를 건냈다.
도나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뭐야, 이거?」
「괜찮으니까 보면 돼.」
「응」
도나미는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주머니를 받아들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
처음으로 도나미가 본 것은 타월에 감싸인 것이어서, 무엇인지 잘알 수 없었다. 하
얀 타월속으로 엉덩이가 약간 보이는 상태라면 알아차리는 것은 무리였다.
도나미가 쭈삣쭈삣 주머니안에 손을 집어넣어, 그 물건을 끌어내었다. 그러고서야 겨
우 아버지의 선물을 알아챌 수 이있었다.
「우, 우와―…강아지다. 굉장히 귀엽다♡」
주머니안에서 자고 있었는지, 강아지의 눈은 흐릿했다. 꾸깃꾸깃한 털에 덮힌 얼굴이
멍해 보였다.
지금은 잠결이라서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확실한 생김새의 핸
섬한 얼굴이었다.
도나미는 한눈에 좋아져버렸다.
「마음에 들어?」
「응!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확실히 오늘은 부장님이랑 어딘가의 산에사냥을 간다
고 하지 않았어?」
「아아. 이 강아지는 그 산에서 발견한거야. 틀림없이 어미와 떨어진 것이 아닐까.
그대로 내버려두면 죽어버릴 것 같았고, 마침 도나미가 개를 기르고 싶어했어서 데리
고 왔어.」
「응―…이제 겨울이니까. 이런 조그만 녀석이 혼자서살 수 없겠지. 아버지, 잘 했
어.」
그렇게 말하면서, 도나미는 강아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직 어린 얼굴을 한 강아지는 와―앙 하고 크게 하품을 했다.
「그런데 이 녀석, 대체 몇살일까? 강아지라면 어렸을 때는 이유식같은 것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유같은 것을 먹이면 그렇겠지…」
「그렇구나…역시 강아지용을 사지않으면.」
「강아지용이라…. 뭔가, 꽤 큰 강아지같지만…. 몸에 비해 손발이 크니까, 나중에 크
게 되겠지―…. 얼굴이나 다른 것을 보면, 조금 시베리안 허스키를 닮은 것같은데.」
「그렇구나. 야생견이니까 순혈종은 아니겠지만, 어느쪽인가의 부모가 시베리안 허스
키였을지도.」
「큰 개를 원했으니까 굉장히 좋아. 개에게 기대서 낮잠자는 거 쭉 동경했었어. 그런
데, 아버지, 이름은 어떻게 하지?」
「도나미가 좋은 이름을 쓰면 돼.」
「우―응……」
도나미는 작게 중얼거리면서, 손안의 강아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산에서 끌려와 꾸러미안에 넣어져 모르는 곳에 왔는데도, 강아지는 도나미에게 안겨
잠들어 있었다. 상당히 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신경의 소유자였다.
도나미는 그런 강아지의 몸은 눈앞으로 들어올리고는 어느 한점을 응시했다.
「아, 남자애다.」
작아서 알기 어려웠지만, 확실히 달려있을 것이 달려있었다. 톡 튀어나와있는 남자의
심볼에 도나미는 생글생글 미소지었다.
「다행이다. 남자애를 원했는데.」
「그거 좋네. 그런데, 이름은 어떻게 할 꺼야?」
「우―응…」
도나미는 강아지의 몸을 뒤집기도 하고 발을들어올리기도 하면서, 뭔가 적당한 이
름이 없을까 고민했다.
졸고 있던 강아지도 이런 행동에 결국은 눈을 떴다.
「우―……」
불만스러운 듯이 조그맣게 으르렁거리고, 겨우 눈을 떠서 도나미를 쳐다보았다. 또렷
한 그 눈은 선명한 아이라인 같은 것을가지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여우 새끼 같이
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었다.
「흐―응……」
도나미는 어딘가 모르게 야생미를 풍기는 얼굴이마음에 들었다. 제일 처음에는 잡
종견인가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조금씩 개성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는 흰색을 기본으로 한모피에다, 그곳에 회색과 갈색이섞여있었지만, 왼쪽
어깨 부근에 잿빛이 강한 부분이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균등한 색이 펼쳐져있어서, 그
곳만이 떠올라있는 듯이 보였다.
도나미는 그것을 응시하다, 옆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 봐, 아버지. 이 개,어깨에 이상한 무늬가 있어.응―…뭔가, 불같이 보이지않
아.」
「어디 어디?」
흥미를 가지고 얼굴을 가까이댄 아버지에게 도나미는 그 어깨 부근을 보여주었다.
「아아…정말이네. 확실히 불꽃같이 보이는군.」
「그렇지? 좋―아, 이걸로 이녀석의 이름은 내 이름에서 『十』을 따서히쥬로(火十
郞)이라고 하자.」
그 말에 아버지는 풀썩 어깨가 쳐졌다.
「히…쥬로……? 그것은, 조금……」
아들에게 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좀 그런 이름이라고 생각
했다.
아버지는 조금 한숨을 내쉬고, 도나미가 상처입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했다.
「도나미, 히쥬로 라는 것은 조금부르기 어렵지 않을까. 좀더 부르기쉬운 이름을
하면 어때?」
「우―응……」
그렇게 말하자, 도나미는 조금 중얼거리면서 생각했다.
「그럼, 엔쥬로(炎十郞)! 평상시에는 『엔』이라고 부르면, 부르기도 쉽지.」
「………」
아버지로써는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어수긍하기 힘들었지만, 또 한번 고
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끄덕이자, 도나미는 싱긋 기쁜듯이 미소지었다. 그리고, 팔안
의 강아지를 꽉 끌어안고, 기분좋게 말했다.
「엔, 엔, 네 이름은 엔쥬로야.」
「왕♡」
도나미의 부름에, 엔쥬로는 마치 이름을 알아들었다는 듯한 타이밍으로 대답을 했다.
도나미는 괜히 기뻐졌다.
「좋―아, 좋아. 똑똑하네, 너.」
칭찬받아 꼬리를 흔들던 엔쥬로였지만, 곧 그 꼬리가 원기없이 축 쳐지고 표정도 슬
픈 것으로 변화했다.
끄―응 하며 낮게 우는 그 소리는 비통한것이었고, 그것과 함께 위도 꾸르륵 소리
를 내서 도나미는 엔쥬로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눈치챘다.
「배가 고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도나미가 강아지 앞에 손을내밀자, 강아지는 그것을 입에 머
금고 춥춥대며 핥기 시작했다.
「역시, 배가 고픈 것같네. 뭔가 먹이지 않으면…」
「글쎄…강아지가 먹을 만한 것, 아버지는 모르니까.」
「나도 몰라.」
이때까지 쭉 맨션에서 사아서, 개를 기른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지식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어머니, 알까?」
「뭐, 어떨지? 혹시나 알지도. 어렸을 때 기른 적이 있다고 말했으니까.」
그 말에 도나미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곤란해.」
「그렇군.」
「어쨋든, 어머니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으면.」
둘은 합의를 하고, 그 발을 거실로 향했다.
도나미는 엔쥬로를 안고 그대로 의자에 앉았고, 아버지는 다리를 꼬고 크게 숨을 내
쉬고 옆에 앉았다.
「아아…피곤하다……」
어쨋든 익숙하지 않는 산에서, 부장의 기분을맞추려고 개와 함께 달리지않으면 안
되었다. 피로할 수 밖에 없었다.
「큰일이네. 빚을 가지고 있는 샐러리맨이라는 것은.」
「그대로야. 이것도 저것도,너한테까지 빚을 넘기지않으려고노력하는 거야. 감사
해.」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
밝게, 어디까지나 가볍게 감사하는 도나미를 보고, 아버지는 어깨가 풀썩 쳐졌다.
「지금 뭣 하나 감사가 느껴지지않아……」
「그렇지 않아.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이거, 정말이야.누나 결혼식도
굉―장히 화려하게 한 덕에, 상당히 힘들었지?」
「아니, 그것은 메시로(目白)에 사는 장인이 상당부분 내주셨으니까……」
「아아, 할아버지가. 전형적인 졸부니까,할아버지는. 그것도 우리손자들은 굉장히
귀여워하니까. 누나도 나도 얼굴은 어머니를 닮았으니까, 어렸을 때 유괴당하지않을까
하기도 했고.」
「아버지도, 결혼할 때 굉장했었어. 어쨋든 하찮은 샐러리맨이었으니까.」
「우―응…상상이 가. 하지만, 할아버지는 누구랑 했어도 반대했을 게 뻔하니까 마음
쓰지 않아도 돼. 그리고, 누나의 결혼식이라 여러 가지돈을 대주니까 기뻐해도 되잖
아.」
「………」
그 말에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다문 아버지에게 도나미는 고개를갸웃하면서 물었
다.
「뭐? 무슨 일인데?」
「……실은 이 집도 절반 가까이 출자해주셨어. 정직하게 말하면 아버지 돈만으로는
조그만 개집밖에 살 수 없어…」
등을 구부리고 중얼중얼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는 아버지는 도나미의 눈으로 볼 때
묘하게 귀엽게 보였다. 그것은 무심결에 미소짓고 싶어지는 류의 귀여움이었다.
가정적이고 선량한 아버지였지만, 그만큼 밖에서는 성공하기힘들었다. 동기가 차례
차례 출세해나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버지는 지금도 과장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도나미는 그런 아버지가 굉장히 좋았다.
「괜찮잖아. 내주시면 감사히받으면 돼. 할아버지도부자인데다가, 하나밖에 없는
딸인 어머니에게 여러가지 해주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아버지는 조그만 개집밖에 사줄 수없다고 하잖아. 조그만 개집…아무래
도 너무 심하잖아……」
「네 네. 심하네―」
도나미는 한탄하는 아버지는 적당히 달랬다.
「조그만 개집……」
그 말에 다시 도나미의 사고가 엔쥬로의 쪽으로 움직였다.
이제부터 염원의 개를 키우게 되는데, 여러가지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많이
있다.
「………」
잠시 입을 다물고 강아지를 키우기위해 없는 지식을 끌어모으던 도나미였지만, 차례
차례 떠오르는 생각에 눈썹을 모았다.잡지따위에서 입수한 정보만으로도 정신이 아
뜩해질 정도로 필요한 것이 많았다.
「아버지, 엔의 먹이라든가 사지않으면.확실히, 개사료용, 확실히팔 꺼야. 정원에
개집도 필요하고, 묶어둘 쇠사슬도 있어야 해. 그리고 에에또…개줄이라든가 리드라든
가, 아, 예방주사도!」
「………」
도나미의 기세에 아버지는 눈을둥그렇게 떴다. 여전히 끊임없이쏟아지는 기세에,
뭘 말하는지도 잘 이해하질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미 가게도 닫았으니까, 내일 가지. 근처수의사는 일요일에도 할
까?」
「열지않을 꺼야, 아마. 수의사에게는 월요일에 내가 데려갈 테니까, 그것보다 역 앞
의 펫샵은 열었을 테니까, 거기에 가자.」
「지금?」
「응.」
끄덕이는 도나미에게 아버지는 대단히 난처한 얼굴을했다. 그리고 배 부근을 누르
면서 슬프게 하소연했다.
「아버지, 지금 굉장히배가 소픈데….그리고 산에서돌아오자마자라 힘도들고
……」
「저녁까지는 아직 1시간이나 남았어. 엄머니, 지금쇼핑갔으니까. 눕지말고, 그대로
가면 괜찮아. 개집이라든가 개목걸이는 어쨋거나, 엔의 밥은 절대로 필요하잖아? 우리
집에는 개 밥은 없으니까.」
「우―응…」
「그리고, 나 강아지 밥을 만들 지식도 없어.」
「우우―응…」
아버지로써는 굉장히 싫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엔쥬로의 밥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
면 안된다. 크게 부정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도나미가그것을 기회로 팍팍 밀어부쳤
다.
「자자, 가자.」
도나미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아버지의 팔을 잡아끌었다.
「………」
아버지는 강한 힘에 이끌려 의자에거 일어서서, 저항도 하지 못한 채로 질질 현관까
지 끌려갔다.
그때 타이밍 좋게 문이 열리고, 쇼핑 보따리를 손에 든 어머니가 모습을 나타냈다.
「아, 어머니. 마침 잘 됐다.」
「뭐? 뭐가?」
「응. 아버지가 선물로 개를 가져다줬어. 그래서, 지금부터 펫샵에 가서 여러가지 살
꺼니까, 엔을 잘 부탁해.」
「개?」
「그래. 자…」
도나미는 자신의 발가에서 재롱을 떨고 있는강아지를 홱 집어올려, 그것을 어머니
에게 내밀었다.
「어머…어머……」
어머니는 눈을 크게 뜨고, 슈퍼 봉지를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도나미의 손에서 강
아지를 받아들고, 귀엽다는 듯이 꽉 끌어안았다.
「굉장히 귀엽네♡」
「그렇지. 약간 시베리안 허스키같아서좋아. 얼굴을 보니이 녀석, 장래에 멋지게
클 꺼야.」
「그렇제―. 확실히 굉장히 핸섬하게 될 꺼야. 정말 멋지네. ……이 애, 남자애야?」
「응, 그래. 이름도 벌써 붙였어. 어깨에 불꽃같은 무늬가있어서 엔쥬로. 내 이름에
서 『十』을 땄지만, 멋지지?」
「………」
순간 침묵한 어머니는 곤란한듯이 아버지쪽을 보았다. 그러자,아버지는 도나미가
눈치채지 못하게 슬쩍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그것으로 살짝 한숨을 쉬고는, 어딘가 일부러인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구나, 꽤 멋지네. …남자답고, 고풍스러운 느낌도있고. 그런데, 도나미 너 최
근 사극만 보더니, 그 영향인 거야?」
「우―응…그럴지도.」
고개를 갸웃하며 수긍하는 도나미에게, 어머니는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엔쥬로라……」
눈썹을 모으고 떨떠름한 얼굴을 하는 것을보니, 어머니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
들의 센스를 의심하는 것이 확실했다.
「무슨?」
도나미가 고개를 갸웃대며 그렇게 묻자, 어머니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냐, 매끄럽고 멋진 이름이라고.」
「……뭔가, 이상한데.」
「그런 거 없어.」
일부러 인 듯 딴쪽을 보며 대답하는 어머니에게순간 욱 했지만, 도나미는 그 이상
말할 시간이 없었다.
「어쨋든, 지금부터 엔의 밥을 사러 가니까, 조금 봐줘.」
「알았어. 어디에 가는데?」
「역 앞의 펫샵. 확실히 거기, 8시까지 했으니까.」
「아아…그러고 보니 그렇네. 하지만, 저녁식사가 7시부터니까, 가능한한 그때까지
돌아와.」
「알았어. 오늘 밤, 뭐야?」
「손말이 초밥. 생선가게에서, 좋은도로(다랑어 살의 지방이 많은부분)가 있어서,
네기또로를 할까 생각중이야. 그러니까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신선도가 떨어져.」
「그런 거라면, 절대로 7시까지 돌아올께!」
도나미는 콧김을 내뿜으며, 맥없이 서있는 아버지의 등을 밀면서집을 나와, 종종걸
음으로 목적지로 향했다.

두사람이 역앞의 펫샵까지 종종걸음으로 가서 보자, 그곳은 「세일」이라는 붉은 간
판을 걸고 있었다. 운좋게 마침 가게의 세일 기간이어서, 뭐든지 20% 정도 싸게 팔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사지않으면 안되는 도나미들에게는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었
다.
둘은 점원과 상담하면서, 재깍재깍 물건을 사들였다. 어쨋든 7시까지는 이미 40분 정
도밖에 남지않아서, 서둘러 하는 쇼핑이었다.
30분 후, 두사람 눈앞에는 조그만 산이 완성되었다. 그 모든것이 엔쥬로를 위한 것
이었다.
개집서부터 시작해서, 변기, 식기, 샴푸, 브러쉬, 목걸이, 사슬, 장난감 따위의필요한
것이 많아서 생각보다 굉장한 쇼핑이 되버린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큰 것은 조립식의개집으로, 장래를 생각하여 구입했기 때문에
무게도 상당한 것이었다.
「이렇게나 많이…가지고 돌아갈 수 없어……」
도나미가 멍하니 중얼거리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도리없지. 택시를 부를까. 여기에서 가까우니까, 운전사가 싫어하겠지만.」
「싫어하겠지만, 어쩔 수 없잖아.」
두사람은 택시를 세워 물건을 싣고, 그대로 귀가했다.

□□□

두사람이 물건을 사고 있는동안, 엔쥬로는 어머니에게 씻겨졌다.본인은 싫어했지
만, 날뛰지는 않은 것같았다. 덕분에 흙으로 더러워져있던 몸은샴푸 향기가 나게 되
었다.
어머니는 식기를 거실까지 나르면서, 그때의 이야기를 즐거운 듯이 했다.
「우선, 내 샴푸를 사용했어. 모처럼 새집인데,그대로 집을 배회하는 것은 조금 사
양이니까.」
「뭐, 그건 그렇지만…. 모처럼 엔쥬로용의 샴푸를 사왔는데. 개용은 확실히 털 색으
로 갈라졌어. 깜짝 놀랐어.」
「헤―…요즘은 굉장하네. 하지만생각해보면 인간도 모발질이나뉘어져 있으니까,
개용품이 그래도 이상하지 않지.」
「그런가. 그러고 보니 개도 종류가 많제. 여러가지 털도 있고. 스트레이트라든가, 컬
이라든가.」
웃으면서 말하는 엔쥬로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스트레이트……」
「컬……」
그 시선을 노골적으로 차가운것이어서, 도나미는 입을 삐죽거렸다.그리고 눈썹을
찌푸리며 불만스러운 듯이 물었다.
「뭐야―」
「너 국어 성적이 나쁜 것, 알 것같은 느낌이야.」
「어째서?」
「사물의 표현이 그게 뭐니. 아무리 뭐라해도, 개털을 말하는데 스트레이트랑 컬이라
니.」
「그럼, 뭐라고 해?」
「………」
되묻자, 어머니도 대답이 곤란해졌다. 생각해보면, 개털을 표현방법따위 알지 못한다.
어머니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고, 중요한 부분을 얼버무리듯이 말했다.
「……어쨋든, 그런 표현은 아닐께 확실해.」
「아, 뭔가 교활한 넘어가기.」
「괜찮아, 어른은 그래도.」
「………」
도나미는 납득할 수 없다는것을 느끼면서도, 저녁식사의네기또로를 생각하고 그
이상 반론을 삼가했다. 어린티가 남아있는 어머니는섣불리 자극하면 도나미 몫을
적게 하는 고식적인 방법으로 나온다.
당사자인 엔쥬로로 말하면 샴푸로체력이 소모된 탓인지,거실 의자위에서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 태도는 이 집에 묘하게 어울렸다.
「엔, 이쪽으로 와.」
그렇게 말하면서 도나미가 자신의 무릎을 탁탁치자, 엔쥬로는 기쁜듯이 한번 짖고
멋지게 의자위를 점프했다. 그리고 가볍게 옆 의자를 건너뛰어 도나미의 무릎위에 멋
지게 안착했다.
「우와―…너 정말 머리가 좋다. 말하는 거, 알아들어?」
「왕!」
엔쥬로는 살짝 도나미의 무릎위에 앉아, 완전히 여유롭게 굴었다. 도나미에게 머리를
부비면서, 행복한 듯이 쌕쌕 코를 울린다.
도나미는 무릎위의 따뜻한 감촉을 느끼면서 뺨을 풀었다.
「밥 사왔는데, 먹을래?」
「왕!」
「우―응…좋은 대답. 그러고 보니 너 배고프겠구나.」
「왕, 왕」
도나미는 엔쥬로를 뒤따르게 해서 화장실로 가서그 옆에다 키친매트를 깔았다. 그
위에 막 사온 식기를 놓았다.
「오늘부터 이곳이 밥을 먹는 곳이야.」
엔쥬로는 펫샵 포대에서 먹이를 꺼내는 도나미에게 달라붙어서 성화였다.
도나미는 그런 엔쥬로가 마음에 들어서, 막 새로 사온 식기 한가득 강아지용 먹이를
부었다. 그리고 그것을 엔쥬로 앞으로 밀었다.
「자, 먹어.」
엔쥬로는 상당히 공복이었는지, 대답도 없이 식기에 머리를 박았다. 고이장한 기세로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도나미는 황홀해졌다.
「귀엽다♡」
아직 이유식 단계라면 곤란한데…라고 생각하면서먹이를 사온 도나미였지만, 엔쥬
로의 먹는 모습을 보니 보통 푸드가 졸은 것같았다.
산에 혼자 버려졌으니 약할텐데…라는 불안도, 식기안의 먹이를 단숨에 평정하는 엔
쥬로의 모습을 보니 사라졌다.
완전히 만복이 된 듯한 엔쥬로의 배를 만져보고, 도나미는 감탄했다.
「와―…배가 빵빵.」
뽈록 솟아오른 엔쥬로의 배근처를 보니, 조금 양이 많은것같았다. 엔쥬로는 단숨에
먹어치워버렸지만, 걷는 모습이 조금 불안했다.
「우―응…내일은 조금 양을 줄여볼까……」
사용한 식기를 닦으면서 도나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엔쥬로는 불만이라는 듯이 시
끄럽게 짖었다.
「뭐야? 줄이는 게 싫어?」
「왕!」
엔쥬로는 원기왕성하게 대답을 하며, 시종 시끄럽게 울었다.
「배가 불러서 고통스러운 주제에…먹는 욕심은 많아서……」
도나미가 이상한 감탄을 하고 있는데, 거실쪽에서 불렀다.
「도나미, 이쪽도 식사다.」
「네―」
도나미는 대답을 하고, 발가에 달라붙어 있는엔쥬로를 팔에 안아들고 거실로 향했
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엔쥬로와 놀고있던 도나미였지만, 10시를 넘어서자 엔쥬로는 도
나미 무릎 위에서 완전히 잠들어 버렸다.
커피를 마시면서 TV를 보고있던 어머니는 그것을 깨닫고, 옆에서 도너츠를 먹고 있
던 도나미에게 말했다.
「도나미, 그럭저럭 엔짱을 재워야지.」
「네―」
도나미는 대답을 하고, 슬쩍 정원쪽을 보았다.
펫샵에서 사온 개집은 이미 아버지가 조립을 끝내놓았다. 견본대로의 모습으로 정원
구석에 놓여있었다.
나무로 만든 개집이었지만, 앞으로 엔쥬로의 침실이 된다.
「자, 엔쥬로. 이제 잘 시간이야. 확실히 네 집에 들어가 자야지.」
도나미가 그렇게 말하면서 엔쥬로를 안아올리자, 잠들어있던 엔쥬로가 눈을 팍 떴
다. 그리고 싫다는 듯이 파닥파닥 수족을 휘저었다.
「이런 이런. 날뛰면 안돼.」
도나미는 엔쥬로를 꾸짖고, 창을열고 정원으로 나왔다. 그래도개집으로 엔쥬로를
데리고 가서 모피로 마무리한 개집안에 내려놓았다.
「오늘부터 이곳이 엔쥬로의 자는 곳이야.확실히 모피도 있고, 춥지않겠지? 착한
아이니까 잘자~」
그렇게 말하면서 엔쥬로의 머리를 쓰다듬고, 도나미는 아쉬운 듯한 얼굴로 일어섰다.
엔쥬로를 남기고 다시 거실로 돌아와, 정원으로 통하는 창을 닫았다.
혼자 남겨진 엔쥬로는 서둘러 개집을 나왔다.
조그만 몸을 한껏 뻗어, 그 손톱으로 박박 창 유리를긁어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의
지를 표시했다.
처음에는 무시하려던 도나미였지만, 너무 끈질겨서 무심결에 의자에서 일어서버렸다.
「이봐, 엔쥬로! 네 집은 이곳이 아니라 저곳이야.밤에는 확실히 네 집에서 자지않
으면 안돼.」
그렇게 말하며 도나미가 꾸짖자, 엔쥬로는 꼬리를 내리고 귀를 축 늘어뜨렸다. 그 얼
굴이 굉장히 불쌍했고, 소리도 조그맣게 킁 하고 울렸다.
슬픈 듯한 모습에 도나미는 곤란해졌다.
「어머니, 어쩌지? 뭔가…불쌍해.」
「그렇네. 산에서 모르는 곳에 막 왔으니까…. 혼자서라면 쓸쓸하겠지.」
「정말 잘 따라서 잊었지만, 부모와 떨어져서 쓸쓸하겠네. 아직 강아지니까.」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엔쥬로는 들어가려고 쭉 손톱을 창에 박
고 있었다.
도나미는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어떨까? 안에 들어오게 하면?」
「그렇게 할까.」
「응」
그래서 함께 잔다고 풀어진 얼굴을 필사적으로고치며, 도나미는 일부러 무서운 표
정을 꾸몄다. 서둘러 창가에 다가가, 엔쥬로를 나무라면서 말했다.
「이런, 도리없군. 오늘뿐이야.」
그렇게 말하고, 도나미는 창을 열어 엔쥬로를 집안으로 들여놓았다.
엔쥬로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와서, 기쁜 듯이 거실안을 뱅뱅돌아다녔다. 사람들 속
에 들어간 것이 기뻤는지, 그 모습은 원기왕성하게까지 느꼈졌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엔쥬로의 모습에 불안을 느끼고 도나미에게 말했다.
「엔짱을 아직 강아지니까, 많이 자지않으면안돼. 이곳에 있으면 흥분하니까, 도나
미, 너희들 빨리 자러가.」
「응, 그럴께. 엔, 가자.」
「왕」
도나미는 엔쥬로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직 도나미가 자기에는 조금 빨랐지만, 어쨋든엔쥬로를 재우기위해 침대 위에 걸
터앉았다. 그리고 자신도 파자마로 갈아입고 모포안에 기어들어가,그대로 탁 전기를
껐다.
「엔, 잘자…」
「………」
엔쥬로는 상당히 졸렸는지, 전기를 끌 사이도 없이 쌕쌕 편안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
했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규칙적인 숨소리와 체온이 도나미를 잡으로 유혹했다.
도나미는 조그맣게 하품을 하고, 자신도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

조촐하고 아담하지만 청결한 동물병원은도나미의 집 바로근처였다. 거리로는 약
20미터, 두 골목 정도 앞이었다.
몇채나 되는 임대 맨션을 가지고 있다는 수의사로, 정말은 일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
기였다. 반쯤 취미로 하고 있다는 것도 있어서, 다른데보다 양심적이고 솜씨가 좋다는
호평을 얻고 있었다.
도나미는 이사왔을 때, 양친과 함께 인사하러 왔어서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때의 인
상은 50을 넘긴 싱글벙글대는 아저씨라는 느낌이었다.
오전중,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학교에서 예약전화를 넣은 도나미는 귀가하자마나 사
복으로 갈아입고 엔쥬로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막 사온 리드를 이용해 함께 걸었지만, 서로 처음이라서 아무래도 잘 되지 않았다.
엔쥬로가 도나미의 발가를 졸졸 따라다니는 덕에리드가 엉키고, 갑자기 지면에 풀
썩 넘어지기도 해서 큰일이었다. 고작해야 20미터를 걸었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그 결과, 예약 시간 아슬아슬하게도나미는 병원의 문을 열었을 때,이미 두마리의
환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마리는 고양이인 듯 바구니안에 들어가 있었고,또 한마리는 퉁퉁하고 큰 닥스하
운드였다. 너무 뚱뚱해서 그렇지 않아도 짧은 다리가 쓸데없이 짧아보였다.
도나미는 감탄하면서, 수납대에 이름을 알리고 예약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
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았다.
가장 중요한 엔쥬로는 병원에 들어간 순간 겁에 질려 있었다. 약품 냄새가 무서웠는
지, 필사적으로 도나미의 무릎까지 기어올라갔다.
때때로 진찰실에서 개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여와서, 엔쥬로를 쓸데없이 겁게 질
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엔쥬로는 부들부들 떨면서 도나미의 팔안에 얼굴을 파묻었다.
곧 자신의 이름이 불려져 안쪽 진찰실에 들어가려고도나미는 걷지않으려는 엔쥬로
를 안아들었다. 야생의 본능이 위험을 고했는지, 엔쥬로는이상하게도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이봐 이봐. 날뛰지마. 확실히 주사맞지않으면, 뒤에 큰 병에 걸리게 된다니까―. 개
는 보험이 안되니까, 병에 걸리게 되면 어머니가 화내.」
「끄―응……」
「말해두겠지만, 어머니를 화나게 하면 무서워. 뿔이 나고, 이가 나오고, 최후에는 저
녁 식사가 팍 줄어버려.」
「………」
도나미의 설득이 유효했는지, 엔쥬로는변함없이 조그맣게 떨고있었지만 그 이상
날뛰지는 않았다.
「좋아 좋아, 착한 아이야―」
「………」
불만스러워하는 엔쥬로를 데리고, 도나미는 의사와 얼굴을 맞대었다.
「이런, 너는……」
「안녕하세요.」
살짝 머리를 숙인 도나미는 발밑에서 겁에 질려있는엔쥬로를 들어올려 수의사쪽을
향했다.
「저…이 개, 어제부터 기르기 시작했는데요.」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 왔을 때 기르고 싶다고 했지.」
「네. 쭉 기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녀석은 엔쥬로라고하는데, 어제, 아버지가
산에서 일행과 떨어진 것을 주워왔어요. 부모도 발견하지못해서, 그대로 죽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서.」
「아아, 과연. 동물은 잡종이 많지. 몸이크고 건강해서 아이가 많으니까. 그런다면,
예방접종은 전혀 하지않았다고 생각해도 좋겠군.」
「네.」
긴장하며 수긍하는 도나미에게 의사는 질문을 했다.
「개를 기르는 것은 처음?」
「그렇습니다. 쭉 맨션이어서, 펫 자체가 처음이라…」
「그래. 그러면 책을 읽어서 조금 공부하는 쪽이 좋아.」
「아, 그것은 어제 펫샵에서 샀습니다. 점원이랑 상담해서, 필요한 것을 잔뜩 샀습니
다.」
수의사는 카르테에 이름따위를 적으면서 말했다.
「개는 확실히 관공서에 등록하지 않으면 안돼. 그런 것을 여러가지 적어야 하는 용
지를 줄테니까, 뒤에 확실히 적어둬.」
「아, 네.」
「모르는 곳이 있으면 물어보면 되니까.」
「네. 감사합니다.」
생긋 웃으며 답례하는 도나미에게 끌리듯이, 의사도 싱긋 미소를지었다. 하지만 곧
그 부드러운 분위기를 바꾸고, 수의사는근엄한 표정으로 겁에 질려있는 엔쥬로에게
로 향했다.
「자, 그러면……」
양손을 뻗어 엔쥬로를 만지려는 수의사에게 엔쥬로는 흠칫 떨었다. 지금이라도 도망
가려는 듯이 몸을 굳히소 수의사를 쳐다보았다.
「조금…늑대같이도 보이는군.」
「그런가요? 야생견에다, 아마 시베리안 허스키의 피가 섞인 것이아닐까요? 저, 한
때는 유행이었죠.」
「그럴지도 모르지만……」
수의사는 엔쥬로를 진찰대위에 올려놓고, 여기저기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꼬리를 들
어올려 항문을 보거나, 그 근육을 확인했다.
최후에는 얼굴에 도달해, 귀와 눈, 코따위의 생김새를 보았다. 그리고 얼굴을 굳히고
입을 딱 다물고는, 구강내와 치아 모습을 살폈다.
싫어하는 엔쥬로를 간단히 누르고, 움직일 수 없게 하는 솜씨는 역시 수의사다운 것
이었다.
「으―응…」
감탄하고 있는 도나미의 눈앞에서 수의자는 또 한번 엔쥬로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
보며, 얼굴을 찡그리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심결에 불안해진 도나미는 수의사에게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무, 무슨 일이라도?」
「아니……」
「아, 저, 큰 병이라도 있는가요?」
「아아…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했구나. 내가 중얼거린것은 병이 있기 때문이 아니
야. 이 아이가, 보통 개와는 조금 다르게 생각되었기 때문에.」
「보통 개와 달라요? 그런가요? 아무리 봐도 보통 개로 보이는데. 개가 아니라면 뭐
지요?」
「그게…아무래도 늑대로 보이는데……」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수의사에게, 도나미는 킬킬 웃어보였다.
「설마―. 늑대라니, 이미 일본에서는 전멸되었짆아요? 그럴 리가 없어요. 하지만 개
의 조상은 늑대라고 책에서읽은 적이 있으니까,이따금 비슷한 것이 태어나는지도
모르겠어요.」
「우으―응…그럴지도 모르지만……」
수의사는 아무래도 느낌이 나빴다. 자꾸만 고개를 갸웃하며, 엔쥬로를 볼 뿐이었다.
「……어쨋든 예방접종을 할 테니까.」
「네.」
수의사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찬장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바늘을 앰플 안으로 밀어
넣어, 쭉 빨아올렸다.
「여기랑 여기, 단단히 잡아. 날뛸 수 있으니까.」
「네.」
도나미는 말한 대로 목덜미와 등 조금 아래를잡고, 긴장하면서 손에 힘을 넣어 눌
렀다.
목 바로 아애에 주사침이 들어간 것을 엔쥬로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무엇을 하려
는지 벌벌 떨고 있었을 뿐이었다.
주사기 한대의 액체를 전부 주입한 수의사는 그것을 정리하고는 휴우하며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 아이는 신경이 쓰여…. 진찰료를 받지않을 테니까,앞으로 한달에 한
번 정도 보이러 와줄래?」
「아, 네. 알겠습니다.」
도나미는 진찰을 끝냈다는 것을알고, 엔쥬로를 대위에서 내려놓았다.그리고 꾸벅
절을 하며 말했다.
「그럼, 감사합니다.」
「아니아니. 보이러 오는 거, 잊지말도록.」
「네. 실례했습니다.」
도나미는 엔쥬로를 데리고 진찰실을 나와, 수납대에서 초진료와 예방주사 요금을 지
불하고 병원을 뒤로 했다.

□□□

도나미의 고교가 쉬는 토요일, 도나미는 아버지와 둘이서 완전히 커다래진 엔쥬로를
욕실로 데려갔다. 딱 좋은 온도로 샴푸를 시켰다.
엔쥬로는 그다지 샴푸를 싫어하지는 않아서 하기는쉬웠지만, 몸이 커다란 만큼 시
간이 상당히 걸렸다. 머리에서 꼬리까지깨끗하게 씻기기 위해서는 한사람보다 두사
람쪽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이 집에 온지 겨우 7개월밖에 지나지않았는데,체중 20 킬로를 넘는 당당한 체구로
성장했다. 그 모습은 어른 개라고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이 부근 일대의 개들의 보스격인존재같았다. 산보하러 나온 개들이 엔쥬
로의 모습을 보면, 귀를 늘어뜨렸고 개중에는벌렁 뒤집어져 배를 보이는 녀석도 있
었다. 엔쥬로보다도 체구가 큰 개도 그래서, 도나미는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엔쥬로는 어떤 경우에도 도나미들을 향해 이를 드러내지 않아
서, 그 점은 안심이 되었다. 혹시라도 날카로운 이와 손톱을 가지고 있는 엔쥬로가 정
말로 날뛴다면, 두사람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왠―지, 앗 하는 사이에 커져 버렸네……」
정원에서 거실로 이동한 도나미가 엔쥬로의 몸을 박박타월로문지르면서 그렇게 중
얼거리자, 부친도 그 모습을 보고 수긍했다.
「정말이야. 우리집에 막 왔을 때는 정말이지 조그마했는데. 그때부터…벌써 7개월이
나 지났는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직 7개월이야. 조금 너무 커져버린 것같잖아?」
「뭐, 처음부터 커질 꺼라고는 예상했으니까. 세상에는 100킬로도넘는 녀석도 있는
데, 이 정도라면 괜찮은 정도가 아닐까?」
「우―응…그런 사고방식도 있구나. 어쨋든 주운 개여서, 이런 식으로될 줄은 생각
도 못했으니까.」
「그렇지.」
엔쥬로는 탄탄한 체구의 개로 성장했다.
얼굴은 가늘고, 또렷한 아몬드형의 눈은변함없다. 수의사가 말한대로, 보는 각도에
따라 늑대로도 보이는 얼굴이었다.
완전히 어른이 된 엔쥬로를 보면서, 도나미는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럭저럭 발정기 걱정을 하지않으면 안되겠지? 개의 발정기는1살 정도부터 온다
고 써있던데…. 아마, 엔쥬도 그 정도지?」
「그렇구. 하지만 거세하는 것도 불쌍한데…. 역시 같은 남자로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까마가 되버리는 건 비참해……」
「응응. 그거, 남자로써 너무 불쌍해. 뭔가 딱하게 느껴진다니까. 하다못해 한번 정도
는……」
「우으―응……」
아버지와 아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있는 문제에 몰두하고 있을 때, 그 옆에서 어머
니가 아연해하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이 부근의 주택가는 개를기르는 집이 많아. 거
세하지 않으면, 한밤중에 달려나가서 큰일이야. 지금은 잡종강아지를 인수하는 사람
도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둘은 엔쥬로의 입장을 자신에게 투영시키자, 상당히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잖아. 상대도 없는데이따금 발정해버리면, 엔쥬로가 불쌍하지. 더군다
나 엔짱은 이 체구로 집개니까, 발정해서 여기저기에 쉬 해버리면 곤란해.」
「그건 그렇지만……」
「으―응…확실히 그것은……」
두사람은 아무래도 납득할 수 없어서 낮게 중얼거렸다.
도나미는 한숨을 쉬면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하지만, 거세하면 크지 못하잖아…. 그것으로조용하게 되면 좋지만, 엔쥬로는 이
부근 개의 보스라고? 거세하면 어떻게 될까……」
「해」
「……차가워.」
「그리고 난, 엔짱이 약해져도 걱정안해.」
모친의 말에 도나미는 뿌우― 뺨을 부풀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엔은 정말로 굉장히강하다고. 나까다(中田)씨네 80킬로인
세인트 버나드도, 이시우에(石上)씨네흉폭하다는 도베르만도 복종의표시를 보였다
고.」
「그래서 뭐?」
「뭐라니……」
「타인의 개가 복종의 표시를취하건 안취하건 관계없잖아. 어째서,도나미가 그런
것에 구애되는지 엄마는 잘 모르겠네.」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하는 어머니에게,도나미는 눈을 크게 떴다.어째서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하는지, 도나미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냐니―. 그럼, 강하고 현명한 개가 기쁘지않아? 엔쥬로는사람의 말을 알아
들을 정도로 머리도 좋으니까, 더군다나 강하면기쁘지않아. 나, 거세해서 다른 개한
테 뻗어있는 엔쥬로를 보고 싶지 않아.」
「뭐,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
겨우 알아들었나 싶어 도나미가 한숨을 내쉬자, 어머니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무정하
게 말했다.
「그럼, 오늘은 병원이 오전중에 끝나니까, 내주초에라도수의사에게 예약을 넣어서
거세하도록 할까.」
「………」
혹시 어머니는 사람의 말을 전혀 못알아듣는 것이 아닐까 의심한 도나미였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나는, 거세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데. 아버지도 그렇
게 생각해, 그렇지?」
「아…뭐, 일단은.」
「봐!」
시원스럽지 못한 아버지의 긍정에 강하게 수긍하며, 도나미는 애원하는 눈동자로 어
머니를 보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두사람에게 물었다.
「두사람 다 거세하는 쪽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
어머니의 말에, 두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론상으로는 좋다는것을 알고 있어
서,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알고 있다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도나미가 무슨 말을하건 간에 엔짱은 거
세하지 않으면 안돼.」
「우―……」
모친은 눈썹을 찌푸리고 중얼거리는 도나미를 노려보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도나미, 알았어!?」
「……알았어.」
「좋아.」
어머니는 만족스럽게 수긍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거실을 나갔다.
뒤에 남겨진 두사람은 샴푸로 피로해져 녹초가 되어 있는 엔쥬로를 꽉 끌어안았다.
「아아―…불쌍한 엔쥬로. 너, 오까마가 되어버리는 거야―. 병원에 가서.」
「부, 불쌍하게도……」
거세에 관해서는 일말의 주저도 없는 모친에대해, 동성인 아버지와 아들은 상당히
엔쥬로에게 동정적이었다. 덕분에 당사자인 엔쥬로에게까지 그 불안이 전염되어, 두려
워하는 표정이 되었다.
아버지는 그런 엔쥬로를 보면서 한탄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여자는 모를 꺼야……」
「……응」
둘은 소리를 죽여 소근대면서,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엔쥬로의 거세에 대한 이야기를 한 날 밤, 양친은 저녁식사 후에 놀러 나갔다.
주에 한두번 정도, 양친은 옆집의 사이좋은 부부와 함께 가라오께에 간다. 나이는 옆
집 쪽이 조금 위지만,서로 아이들에게 손이거의 가지않는다는 것으로 의기투합한
것같았다.
나올 때마다 도나미에게 천엔을 건내주어서, 도나미는 언제나 기분좋게 그들을 전송
했다.
기껏해야 천엔, 그러나 천엔이었다.
어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돈일지도 모르지만,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도나미에게
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도나미는 둘을 전송하고, 거실로 돌아와 잠들어있는 엔쥬로에게 말을 걸었다.
「엔쥬로, 오늘은 둘이서 가라오께에 가서 집을 보게 됐으니까, 뭔가 맛있는 거 먹자
♪ 너는 아이스크림이 좋을까. 산보하면서 콘비니에라도 가자.」
잠들어 있던 엔쥬로는 산보라는 말에 쫑긋 반응을 했다.
벌떡 일어난 것은 좋은데 안절부절하며 진정하지를 못하고, 의미없이 방을 배회했다.
도나미는 엔쥬로의 그 모습에서 불안을 느꼈다.
「엔쥬로, 어떻게 된 거야? 기분 나빠?」
「끄~응…」
엔쥬로는 서글픈 표정으로 조그맣게 짖었다. 그 얼굴은 몸이 나쁘다기보다는 곤란한
듯한 얼굴로 보였다.
「그다지 열은 없고, 식욕도 있는데…」
오자미는 곤혹스러워하면서 엔쥬로의 몸을 여기저기 만지며 어디가 나쁜가 찾아보았
다.
「털색도 좋고, 눈꼽도 없어. 코는 젖어있고, 이래선 나쁜 곳이 없는데……」
어쨋든 한달에 한번 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때문인지, 엔쥬로는 감기 한번 걸리지 않
았다. 수의사도 지극히 건강하다고 이야기했었다.
「병원은 벌써 닫았지. 선생님에게 가면 진찰해주실 테지만, 역시안돼… 어쨋든 오
늘밤은 사태를 지켜보자. 수의사선생님도 엔은 건강우량체라고 했으니까, 내일 데려가
면 돼.」
내일은 일요일이라서 쉬지만, 수의사는 언제라도 오라고 말했었다.
엔쥬로가 늑대의 피를 이은 것이 아닌가 해서 흥미를 가지고 이런 저런 특별한 검사
를 해주었다. 도나미는 병원에 데려가는 것을 내일로 결정하고 왕왕대며 진정하지 못
하는 엔쥬로에게 의사타진을 했다.
「엔, 어쩔래. 이대로 잘래? 아니면 산책갈래?」
「왕!」
「………」
엔쥬로가 어떤 말에 합의를 표시했는지 지금 하나만으로 알 수없었던 도나미는 또
한번 물었다.
「잘래?」
「우―」
낮게 신음하는 소리는 부정이었다.
「그럼, 산책갈래?」
「왕!」
알기 쉬운 확실한 목소리로 짖는 엔쥬로에게 도나미는 싱긋 미소지었다.
「좋아, 그렇게 결정했으면 문단속이다, 문단속.」
근처의 콘비니에 가는 것만으로는 단시간에 끝나 문단속의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
만, 산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언제나 있는 산보 코스의가장 짧은 것을 선택해도
30분은 가볍게 넘는다.
이미 대형견 무리에 들어간엔쥬로여서, 충분한 운동이 필요했다.그래서 도나미는
매일 두번씩 반드시 산책에 데려갔다. 특히나 저녁 무렵에 하는 산책은 길게 잡고, 근
처의 공원 개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공을 던지거나 해서엔쥬로의 운동량을 늘리도
록 마음썼다.
이날은 세번째의 산책이니까, 가장 짧은 코스라도엔쥬로가 불만스러워 할 리가 없
었다.
도나미는 뒷문과 화장실의 창 따위를 확실히 잠그고, 엔쥬로가 잘 들어오기 위해 열
어놓았던 거실의 창 열쇠를 걸었다.
정원으로 통하는 유리창문의 열쇠를 잠그고, 커튼을 닫으려던 도나미는 하늘에 떠있
는 달에 순간 눈을 빼앗겼다.
「오늘은 만월이네…」
교교히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달이었다.
오랜만에 유심히 본 탓인지, 그것은 무서울 정도로 강한 빛을 내뿜는 듯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달에는 마력이 있다고 했는데. 응. 이 달이라면, 왠지 알 것같아.」
그다지 감성과는 관련이 없는 도나미조차도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오늘의 달은 멋
지고 아름다왔다.
「엔, 엔, 잠깐 이리로 와. 아름다운 달이야.」
개가 달의 아름다움을 알지 어떨지 의문이었지만, 엔쥬로는 인간의 말을 알아들었다
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유례가 드물게 머리가 좋아서, 도나미는 말을 걸었다.
엔쥬로는 도나미의 목소리에, 기쁜 듯이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왔다.그 입에는 산책
용 리드가 물려있었다.
도나미는 그런 엔쥬로의 얼굴을 달쪽으로 향하게 하고, 생글 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자, 달을 봐. 굉장히 아름답지?」
「………」
희한하게도 엔쥬로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엔쥬로?」
이상하게 생각한 도나미가 달에서 시선을돌려, 엔쥬로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엔쥬
로는 몰입된 듯한 눈으로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색인 엔쥬로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도나미의 눈앞에서 엔쥬로의 몸이 부들부들 작게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고통스
러운 듯이 몸을 구부리고 전신이 단단히 경직되었다.
「엔쥬로!?」
도나미가 놀라서 그 몸에 손을 대자, 순간 털이 확솟구쳤다. 그것이 너무나도 급작
스러워서 도나미는 반사적으로 손을 뺐다.
엔쥬로의 모습이 확실히 이상했다.
융단위에서 격렬하게 경련하고 있는 엔쥬로를만지지도 못하고, 도나미는 엔쥬로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몸을 움츠렸다.
경련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곧 변화가 시작되었다.
「엣……?」
처음에는 도나미는 눈의 착각인가 했다.
엔쥬로의 모습이 조금씩 변화하게 시작했다.
근육이 부풀어오르고, 뼈가 늘어나고, 전신의 뒤덮고 있는 털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
급격한 변화에, 엔쥬로의 몸에서 소리가 나는 듯이 느껴질 정도였다.
믿을 수 없는 현상에 도나미는 눈을 크게 떴다.
「거짓말……」
현실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무서운것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것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멋진 변신을 보여준 엔쥬로를 믿을 수 없었다.마치 영화속의 SFX를 보는 듯한 심
정으로 도나미는 눈앞의 광경을 응시했다.
수초인지, 아니면 수분인지 잘알 수 없었지만, 도나미에게는영원이라고 생각되는
시간이 흐르고, 눈앞에는 전라의 남자가 서있었다.
서, 그것만으로도 멋진 것이었다.
야성을 느끼게 하는 얼굴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무국적의것으로 특히나 인
상적인 것은 멋진 아몬드형의 녹색이 섞인 금색 눈동자였다.
남자를 앞에 두고, 도나미는 망연자실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고,
입을 딱 벌리고 남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도나미가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데, 눈앞의 남자가 입을 열어 목소리를 냈다.
「도…나미……」
낮게 쉰, 부자연스런 목소리였다.
도나미는 설마 라고 생각하면서도, 눈앞의 인물에게 질문을 했다.
「저…혹시……엔쥬로?」
쭈삣쭈삣 그렇게 묻자, 남자는 끄덕이며 수긍했다.
「거짓말……」
자신의 귀로 들었으면서도, 도나미는 믿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변신한 것을 봤는
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이야……」
이때, 도나미는 현실도피를 선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돌발적인 사건에는 약한 아이였
다.
「응, 꿈이야.」
그렇게 중얼거리고, 도나미는 가볍게 자신의 뺨을 꼬집었다. 혹시꽉 꼬집었다가 아
프기라도 안되니까, 아주 조금 힘을 넣은 가벼운 것이었다.
「아…조금 아파.」
그래도 약간의 힘은 들어간 것같았다.
「아파!」
꿈이라기에는 너무나 확실하고, 너무나 아팠다. 그래서 도나미도 믿을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엔쥬로…어떻게 그런 모습으로?」
「몰…라……. 달…봤더니, 가슴, 아파졌어……」
「그러니까 어째서!?」
눈썹을 찌푸린 도나미의 무서운 표정에, 엔쥬로는 흠칫거리며 대답했다.
「저…저어…?」
「……」
아무래도 도나미 이상으로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엔쥬로에게 도나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그것과 동시에 자신이 확실히 하지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
달았다.
「엔은 확실히개였다…. 하지만,지금은 인간….개가 인간으로변한다…견남(犬
男)…? 들은 적이 없어. 늑대인간이라면 유명하지만.」
그렇게 중얼거리고, 도나미는 꿀꺽 숨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수의사선생님이 엔을 늑대가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엔…혹시, 정말
로 늑대……?」
도나미는 말똥말똥 엔쥬로를 쳐다보았다.
지금, 도나미의 눈앞에 있는 것은 검은 색에 은색이 섞인 머리카락의 남자로, 도나미
가 잘 알고 있는 엔쥬로와는 달랐다. 하지만 그 뚜렷한 아몬드형의 금색 눈동자는 틀
림없이 엔쥬로의 것이었다.
「그런가…역시 선생님의 말대로, 엔쥬로는 늑대였다. 믿지 않아서 안됐지만.」
「………」
「하지만, 역시 선생님도설마 엔쥬로가 늑대인간이라고는생각하지 않았겠지. 킥,
킥. 하하하…하…하……하……」
가능한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도나미는 그것이 한계였다. 보통때도 굵지 않
았던 신경은 지금 완전히 타버렸다.
공허한 웃음 뒤에 어깨를 풀썩 떨어뜨린 도나미에게엔쥬로는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도나미, 나, 아파……」
「괘, 괜찮아?」
「안될…지도……」
「아…안돼……」
도나미는 다시 격렬한 동요를 보였다.
엔쥬로가 변신을 끝낸 것으로 진정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사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
은 것같았다.
「몸, 뜨거워…. 타는 것같아……」
「어, 어쩌지, 어떻게 하면 좋지.」
도나미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라고,허둥거릴 뿐이었다. 인간이라면 어쨋든, 늑대
인간의 몸을 보살핀 적은 없었다.
바로 옆에서 허둥대는 도나미가 발하는 미묘한 기에 엔쥬로는 이해할수 없는 흥분
을 느끼고, 몸이 점점 뜨거워졌다.
후각이 보통 이상으로 날카로와지고, 몸은 도나미의 체취로 커져갔다.
엔쥬로는 자신의 몸안의 열을 가져버렸다.
인간의 눈으로 본 도나미는 너무나도 귀엽게비쳐져, 뭔지 모르겠지만 그 목덜미와
가슴을 핥고, 감미로운 체취를 빨아들이고 싶다는 욕구가 덮쳐왔다.
「미, 미안!」
「에?」
엔쥬로가 사죄한 후 갑자기 융단위로 밀쳐져서, 도나미는 눈을 크게 떴다.
「무, 무슨…?」
엔쥬로는 동요하고 있는 도나미를 덮어누르고, 셔츠버튼을 잡아 뜯듯이 옷을 벗기
기 시작했다.
본능이 엔쥬로를 지배했다.
먹어치우려는 듯이 도나미의 몸을 껴안고, 성급하게 구했다.
「거짓말!?」
불쌍한 도나미는 기르는 개에게 덮쳐져버렸다.

□□□

현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련의 사태에 도나미는 멍해졌다.
하지만 꿈이라기에는 하지가 지끈지끈 아프고, 몸에는 빨린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있
었다. 그것은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믿을 수 없어……」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도나미 옆에서, 엔쥬로가조그맣게 움츠러들어 있었다.
혹시 개였다면, 꼬리를 내리고 귀를 늘어뜨리고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엔쥬로가 자신의 행동을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것은 알았지만, 지금 도나미의 눈
에는 그것이 미치지 않았다. 자신의 몸에 일어난 불행을 한탄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도나미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빽 쇄된 소리를 질렀다.
「믿을 수 없어어어!」
「……미안해.」
엔쥬로는 커다란 몸을 점점더 조그맣게 했다. 본능인채로 최후까지 가버린 것은
좋았지만, 그 뒤엔 노도과 같은 격렬한 후회만이 남았다.
실은 엔쥬로는 사태의 선악을 어느 하나이해하고 있지 못했지만, 도나미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나쁜 짓을 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엔쥬로는 도나미의 기분을 알아내는 것이 쉬웠다. 표정과 동작,그 몸에서 발산하는
기미로 전체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통찰력을 가지고 도나미를 보니, 도나미는 화를 내는 건지, 고민하는 건지 기분
이 여러가지로 마구 섞여 있었다.
엔쥬로의 눈에는 도나미가 잔뜩 찌푸린 날씨처럼 보였다.
도나미는 곧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낮게 중얼거리면서 일어난일을 반추라고, 사태
를 파악했다. 그리고 후회와 동요로 어떻게하면 좋을지 모르고 있는 엔쥬로에게 시
선을 돌리고, 원망스러운 듯이 말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엔~…어째서인간같은 것으로 변한거야~? 지금까지의 보통
개가 좋았는데~」
「저…나도 잘……」
「…몰라?」
「………」
끄덕이는 엔쥬로에게 도나미는 큰 한숨을 흘렸다.
「정말, 모르겠어. 설마 엔이늑대인간이라고는……. 그런 상상은 하지도 않았는데.
싫어 싫어…더군다나 늑대인간 자체가 정말로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혹시나 이
것은 전부 꿈으로,몸이 아픈것도 꿈속에서느끼는 것이 아닐까…?그러면 좋은
데……」
단념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그런 것을 중얼대는 도나미에게엔쥬로는 어깨를 움츠
리고 질문했다.
「늑대인간…이 뭐야?」
「몰라?」
「………」
다시 끄덕이는 엔쥬로에게 도나미는 앞서보다 커다란 한숨을 쉬었다.
「자각이 없는 늑대남에게 덮쳐진 건가……. 뭐 엔쥬로라면, 조그마할 때부터 양친과
떨어져 우리집에 왔으니까. 양친에게 확실히 교육받았으면 이런 저런 것을 물었을 텐
데, 지금은 그것도 불가능하니……. 엔쥬로, 양친의 기억은 있어?」
「없어.」
「전혀?」
「전혀.」
「그런가……」
부모와 떨어진 것이 생후 1, 2개월 되었을 때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런 상태의 엔쥬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도나미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곤란해. 대체, 어떻게 하면 돼지……. 그건 그렇고,앞으로는…. 아아, 정말로 곤란
해~」
「저…도나미, 괜찮아?」
「………」
엔쥬로는 머리를 움켜쥔 도나미가 걱정되어서 물은것이었지만, 그 표정을 보면 사
태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명백했다.
도나미의 고뇌는 점점 더 깊어졌다.
「뭐~? 어쩌지~? 그냥 나는 보통 개를 기르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것이 그냥 늑대
도 아니고, 늑대인간이라니……. 그, 그것도덮쳐졌다……. 늑대남에게…엔쥬로에게…
나, 남자인데……」
그것까지 중얼거리고, 도나미는 다시하염없이 울면서 자신의몸에 일어난 불행을
한탄하기 시작했다. 뭔가 사고를 앞으로 진행하려고 해도,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슬퍼
서 일진일퇴를 하는 상황이었다.
덮쳐진 것도, 어깨 부근을 덮썩 물린 것이라면 상관없다.야생은 야생이되 성본능쪽
을 자각해버린 것이 문제였다.
「아, 그래 엔쥬로! 혹시 너, 발정기 아냐?」
「발정기?」
「그런 것도 몰라?」
「………」
그 질문에도 엔쥬로는 갸웃했다. 몇번인가 도나미들이말하는 것을 들은 적은 있었
지만, 그 의미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발정기가 뭐야?」
「………」
이번에는 도나미가 침묵할 차례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엔쥬로에게 설명을 원하는 것
은, 조금 부끄러운 것이 문제였다.
「도나미, 발정기는?」
「그것은……뭐, 결국…아이를 만들기 위한시기인 거야. 어른이 되면그런 시기가
오는데, 할 것을 하고 싶어하게 돼.」
「???」
도나미의 핵심을 비껴나간 설명에 엔쥬로는 아직도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어깨를 움
츠리고 질문을 던졌다.
「모르겠어.」
「……그렇지. 나도, 잘 모르니까……라고 생각해.」
「………」
엔쥬로는 곤혹스러워하는 얼굴로 도나미를 보았다. 자기 자신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
하지도 못하고, 또 이해할 수도 없어, 그 설명을 도나미에게 구하고 있었다.
엔쥬로가 정말 어렸을 때부터 돌봐준 도나미를,엔쥬로는 전폭적인 신뢰를 하고 있
었다.
도나미는 그런 엔쥬로를 깨닫고, 이날 몇번째인가의…그것도셀 수 없을 정도의 한
숨을 흘렸다.
「엔, 아까 나에게…그…여러가지 했지? 기억해?」
「기억하고 있어.」
「어른이 되면, 그런 것이 하고 싶어져. 그런데, 개라든가 고양이라든가 하는 동물은
일정한 주기로 하고 싶어져. 그것이 발정기라는 건데…의미, 알겠어?」
「알았어. 결국 내가 그런 것을 하고 싶어지는 것은 어른이된 것이고, 앞으로도 가
끔 하고 싶어진다는 거지?」
「그래. 잘 알았네.」
「………」
힘없이 칭찬하는 도나미였지만, 엔쥬로는 생각에 잠겼다.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
각하는 그 모습은 정돈된 용모덕에 상당히 멋지게 보였다.
하지만 엔쥬로는 그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터무니없는 발언을 했다.
「그럼, 도나미는 내 아이를 낳는 거야?」
「하아!?」
예상치않은 말에 도나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엔…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 것을 하면 아이가 생긴다고 했잖아? 그럼, 우리들도 아이가 생기는 거지?」
「………」
설마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기에,도나미는 아연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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