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골프를 좋아한다. 골프를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 넘는다. 친구들이 골프장 다니면서 19홀 못해보면 불출이라 하는데, 나는 정말 골프장 캐디하고 사연을 만들어 본 일이 없다.
내가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나보다 젊은 사람이 잘 없었다. 그래서 마음만 먹었으면 캐디들하고 분홍빛 사연도 많이 만들 수 있었지만, 웬일인지 그럴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뜻밖의 엄청난 19홀 플레이를 하고 아직 꿈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이즈음 나는 골프를 혼자 치러 잘 다닌다. 전에는 친구들이나 거래처 사람들과 잘 갔지만, 갈수록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혼자 이름난 골프장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졌다.
친구들과 치면 늘 그 수준이라서 이젠 별 재미가 없다. 그런데 혼자 낯선 골프장에 가면 처음 보는 동반자들과 긴장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가벼운 내기지만, 이기고 지는 플레이에 푹 빠진다. 멋진 스윙과 매너 있는 플레이에 서로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하루가 즐겁다.
한 두해 이렇게 다니다보니 어느새 골프장 경기 위원들이 날 알아보고 매너 있다면서, 반겨 준다.
골프의 매력은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요가 없다. 주말보다는 주중에 시간이 많이 나는 직업이라서 주로 주중에 많이 나간다. 시간에 구애 받을 필요 없이 골프장에 나가면, 셋이 치는 팀에 조인트를 시켜 준다.
가볍게 인사하고 라운딩을 하면 서 너 홀을 지나면 이내 친근해 진다. 그늘 집 정도만 부담하면 하루가 상쾌하다. 가끔은 여자들이 온 조에도 같이 합류했다.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지 부담 없이 대해 준다. 그리고 그렇게 온 여자들은 대부분 초보들이 많고, 또 구력이 있다하나 핸디캡이 높아서 한두 수씩 레슨해 주면 엄청나게 좋아한다.
천성적으로 농담을 잘하는 내 성격이라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끝나면 상쾌하게 인사하고 돌아온다. 결코 지분거릴 마음이 없다.
물론 나도 남자니까 다른 여자들에게 눈길이 가고 또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절대 사무실 아가씨나 주위 사람과는 잘 하지 않는다. 자칫하다간 소문이 나기 쉽고, 또 구설수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장엘 나가도 요즘은 여자들이 많다. 특히 낮에 골프 연습하러 오는 여자들은 대충 낮에 여유가 있는 여자들이고 또 그런대로 작업을 하기 쉬운 여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여자들 가운데는 꽃뱀도 있어서 만만하게 수작을 걸기 어렵다. 그리고 소문이 나면 그동안 조심해온 내 처지가 곤란하게 된다. 그런 실수를 해서 아주 체면 구기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그래서 언제나 골프는 골프로 끝낸다.
그러던 올 초, 눈이 녹자마자,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아서 남쪽 지방의 골프장으로 갔다.
부곡 골프장은 온천 지대라서 그런지 별로 춥지도 않고, 잔디도 한 겨울에도 잘 얼지 않는다. 그리고 골프장 전체가 안온하게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바람의 영향도 적게 받는다.
철저하게 회원 위주로 운영되지만, 안면이 있어서 가기만 하면 한 시간 이내에 라운딩을 할 수 있다.
옷을 갈아입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 경기과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아마 조인트가 된 모양이었다.
“사장님, 초보 여자 분들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초보면 좀 레슨 해 드리지 뭐”
“그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시오”
아웃코스로 나갔다. 멀리서 보니 바지와 화려한 티 차림의 아주머니 세 사람이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티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같이 라운드 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네, 같이 가시면 좀 피곤하실 텐데. 우리는 완전 비기너에요.”
나이는 좀 든 것 같은데 목소리는 아주 맑았다. 말씨가 인근 도시 사람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대로 교양이 있는 여자들 같았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해서 배우는 것이지요. 전, 강... 라 합니다”
하고 소개를 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여자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그 여자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랐다.
바로 나의 안사돈, 즉 딸의 시어머니였던 것이었다.
나는 얼른 눈짓을 해서 모른체하라고 하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딴 사람에게 다시 인사를 하였다.
안사돈은 대단한 미인이었다. 딸이 시집가기 전에 양가 인사차 처음 만났는데, 처음엔 과거 영화배우이거나 탤런트 인 줄 알았다.
얼굴이 김희선이 같이 생겼는데, 눈이 크고 피부도 맑았고 키도 컸다. 첫눈에 대단한 미인이라서 나는 기가 죽었다. 내 딸보다 더 미인이니 어찌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마누라도 마찬가지였다.
바깥사돈은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였다. 아주 호방하고 가끔 티비에도 나왔다. 그런데 얼굴이 미인이다 보니 자연히 좀 도도한 것으로 보였다. 시종 입을 다물고 미소만 지을 뿐 별 말이 없었다.
바깥사돈은 나보다 두 살 위였고, 안사돈은 나보다 한 살 아래라고 들었다.
결혼식 날도 친구들과 하객들이 신부 시어머니 될 사람 미인이라고 구경할 정도였다. 나도 맞은편에 앉은 안사돈을 흘끔거리느라고 시선을 감추어야 했을 정도였다.
나중엔 그 이야기를 마누라에게 했다가 부부싸움도 했다.
나중에 시집 간 딸이 전해 주는 말을 들으니 역시 집안에서도 별 말이 없이 교양과라고 했다. 너무 잘난체해서 밥맛이라 투덜거리는 딸의 전화를 몇 번 받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고 싶은 법이라고 안사돈을 처음 본 순간, 저런 여자하고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사돈은 날씨가 쌀쌀한데도 스커트에 진한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은빛 폴라 티에 빨간 가디건을 입고 타이트한 가죽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나이키 캡을 오클리 선글라스를 걸치고 쓰고 있었다.
한 마디로 골프장의 귀부인 스타일이었다. 캐디들도 곁눈으로 보고 또 보고 하였다. 몇 번 본 처지지만 나도 다시금 안사돈의 미모에 빠져서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이젠 우리 차례네요. 사장님이 먼저 치시죠, 우린 레이디 티를 써야 하니까.”
일행 가운데 좀 나이가 든듯한 여자가 말을 했다.
“네. 그럼”
나는 정신없이 드라이버를 잡고 천천히 스윙을 했다.
“딱”
공은 경쾌하게 날아갔다. 그동안 구력이 있어서 볼을 맞추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나이샷”
여자들이 외쳤다. 똑바로 날아가는 공을 보고 감탄을 했다.
“오늘 많이 배우겠네요. 참 스윙이 부드럽고 좋으시다.”
리더인듯한 여자가 말을 했다.
“별 말씀. 별로 잘 맞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말씀 저렇게만 칠 수 있담 얼마나 좋아. 자, 우리도 제비 뽑읍시다.”
티 업 순서를 정하는 막대기 통을 흔들며 그 여자가 말을 했다.
“자, 신여사. 이리 와서 먼저 뽑아.”
안사돈 성이 신씨였다. 그때까지 불안한 자세로 있던 안사돈이 할 수 없이 일행 속으로 섞였다.
“어마, 오너이네. 배우는 사람은 달라, 호호”
안사돈은 맨 첫 번 째 순서를 잡았다.
“사장님 잘 봐 주세요. 머리 올리고 두 번 째에요. 우리 모임 신입 회원인데,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참 좋아요.”
“회장님은 무슨 말씀을.”
안사돈은 당황한 듯이 말을 막았다.
안사돈이 골프를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더구나 그렇게 새침하니 교양을 떠는 여자가 이렇게 멀리 지방까지 원정 골프를 나선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난 것, 하루 잘 봐주면 딸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모른체하고 안심을 시켜 주기로 했다. 그때까지 마음가짐은 그랬다.
비기너답게 안사돈의 골프 실력은 바닥이었다. 스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티샷한 공이 오른 쪽으로 심한 슬라이스가 났고 그것도 쪼로 비슷했다.
“나중에 하나 더 치시죠.”
다른 두 여자는 제법 잘 쳤다. 장타는 아니지만 곧게 나갔다.
안사돈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쳤다.
“긴장을 푸시고 그저 연습한다 생각하시고 쳐 보세요.”
나는 전혀 모르는 체하고 말을 해 주었다.
그러나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쪼로는 아니었지만 슬라이스는 여전했다.
필드로 내려갔다. 나는 일부러 공을 찾아 주는체하면서 안사돈을 따라 갔다. 맨 처음 공을 찾아서 손에 건네주면서 낮고 빠르게 말했다.
“그냥 모르는 체 할테니, 마음 편하게 드시고 공을 치세요.”
“네.”
안사돈도 그제서야 얼굴을 펴고 나를 보았다.
나는 살짝 윙크를 했다. 안사돈도 같이 윙크를 하며 미소를 보냈다. 그러는 얼굴이 너무 아름다웠다. 결혼식 때보다 많이 성격이 바뀐 것 같았다.
골프는 사람 마음을 참 편하게하는 마력이 있다. 아무리 낯선 사람이라도 두 홀 정도만 같이 돌면 금방 친해진다. 골프장 야담이란 것이 있어서, 더욱 즐겁게 한다.
일행 가운데 리더인듯한 여자는 구력이 꽤 되는지 그런대로 공을 잘쳤고, 성격도 활달해서 시종 농담을 했다. 나도 맞장구를 치면서 웃기자 그들은 가끔 배를 잡고 웃었다.
“사장님이 너무 웃겨서, 이 공이 들어갈지 몰라. 안 들어가면 사장님이 책임지세요.”
“네, 책임지지요. 훤한 대낮에 구멍 넣기가 뭐 어렵습니까.”
“어머, 그런 진한 말씀을, 그렇게 연하게 하세요?”
그런 정도로 그녀들은 아주 스스럼이 없었다. 아마 처음 본 사이고, 안사돈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들을 꽃뱀으로 보았을 것이다.
3 홀을 지나자 그녀들의 골프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뚱뚱한 여자는 구력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볼을 맞추고, 키가 작은 여자는 볼은 그대로 맞춘는데 폼이 영 아니었다.
안사돈인 신여사는 비기너임이 확실했다. 그래서 키가 작은 여자와 안사돈에게 코치를 했다. 주로 필드에서는 코치를 잘 하지 않는 법이다.
골프란 것이 금방 좋아지는 것도 아니어서 괜히 주눅만 들게 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즐거운 라운딩이 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사장님 실력이 대단하신데요, 저 오늘 90개 깨면 한 턱 쓸게요.'
나이 많은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이고 정말입니까?'
'그럼요. 모처럼 원정 골프 와서 그 정도 기분도 못내면 되겠어요? 안그래?'
그 여자는 다른 두 사람을 보고 강요하듯이 말했다. 작은 여자는 맞장구를 쳤고, 안사돈은 거북한지 웃고만 있었다. 라운드가 익어지자 안사돈은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그래서 그런지 곧잘 대화에 참여하였다.
'대장님 몇 번 우드입니까?'
5홀은 롱 홀이었다. 리더격인 여자가 세컨드 샷을 3번 우드로 치려고 하였다.
'3번인데요'
'차라리 5번 우드나, 아니면 5번 아이언을 치시지요.'
'거리가 많이 남았는데요?'
'네. 그래도 어차피 투온이 어렵고, 그리고 지금 라이도 좋지 않구요. 또 제대로 맞는다해도 저기 그린 근처 벙커에 빠지기 쉬워요. 차라리 5번 아이언으로 치고, 서드샷을 7번 아이언으로 해보세요.'
그 여자에게 인심을 얻어야 안심하고 안사돈하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정여사(대장)는 내 말대로 5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다. 그리고는 7번으로 온 그린 시켰다.
'어머 정말이네. 사장님 정말 레슨 잘 하신다아'
정여사가 아기같이 좋아했다. 골프란 그런 마력이 있다. 한 홀의 즐거움으로 하루가 즐겁다.
'신여사님은 그저 제일 자신 있는 아이언만 치세요.'
안사돈 옆으로 가면서 조언을 해 주었다.
'7번이 제일 잘 맞는데....'
'그럼 7번으로만 치세요.'
꽤 간결한 스윙이었다. 몸매처럼 스윙도 우아했다.
'잘 치시겠는데, 왜 바깥사돈하고 같이 오시지요.'
'그 사람, 일이 바빠서 저하고 같이 다닐 시간이 있나요'
말이 빨랐다. 직감적으로 사돈 부부사이에 무슨 일이 있구나 싶었다.
'몸매가 아주 골프에 어울립니다.'
'호호, 사돈님 농담하지 마세요.'
'쉿. 사돈이라 하지 마세요.'
'어머, 참. 그럼 뭐라고 해요?'
'그냥 저 사람들처럼 부르세요'
걸어가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돈간이라지만 너무 미인이라서 마음이 설레었다.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던 사돈이 아닌 싹싹하고 부드러운 태도라서 더욱 기분이 야릇했다.
비교적 여자의 외모를 따지지 않는 편이지만, 안사돈은 그런 경지를 넘어섰다.
“언제부터 골프를 시작했습니까?”
“몇 달 안됐어요. 집에 있기 무료해서, 그리고 새아기가 살림을 맡아서 잘 해 주어서.”
“그놈이 살림은 제대로 할 줄 압디까?”
“그럼요. 아주 딸을 잘 키웠던데요.”
“사장님, 미인만 너무 챙기지 마세요”
어느새 앞서가던 정여사가 뒤를 보고 은근한 쫑코를 주었다.
“초보는 람보 아닙니까? 초보를 잘 가르쳐야 두고두고 후환이 없는 법입니다.”
“그럼 나도 초보라 할 걸”
그네들은 깔깔거리면서 걸어갔다.
안사돈은 얼굴이 빨개져서 걸음을 바삐 걸었다, 앞서가는 사돈의 뒷모습을 보고 혼자 감탄했다.
쭉 빠진 두 다리, 팽팽한 히프, 똥배가 드러나지 않는 허리 선, 나이 오십이 넘어서 다른 여자, 그것도 비슷한 오십대 여자를 보고 감탄해 보기도 처음이었다.
저런 안사돈과 매일 밤 같이 자는 바깥사돈이 은근히 부러웠다. 더구나 푹 퍼진 마누라를 생각하면 더욱 부러운 처지였다.
급기야는 저런 여자하고 한번 섹스를 해보았으면 하는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도 들었다. 간혹 여유가 있어서 다른 여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해보지만, 나이 든 여자는 벗겨놓으면 군살이 덕지덕지 붙어서 그야말로 밥맛이었다.
하지만 안사돈은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어느새 내 믈건이 벌떡하니 일어섰다. 골프 치면서 그런 경우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안사돈과 더욱 대화를 하고 싶었다.
비록 실제 섹스는 못할망정 가까이서 눈요기나 흠뻑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서울 갈 때 제가 모셔다 드릴까요?”
“어머, 그렇게 어떻게... 전 일행도 있는데”
“차 가져 오셨습니까?”
“아뇨. 전 장거리 운전에 미숙해서 저 분들과 같이 왔어요.”
“그럼 시간이 되면 제가 모셔다 드리지요. 사돈끼리 가는데 뭐 문제 있습니까?”
“호호, 사돈이라 하니 좀 이상하네요. 오늘은 그냥 사돈이 아닌 사이로 해요.”
안사돈은 시간이 흐르자 대화도 익숙해지고 말투도 활발해 졌다.
골프장에 가면 음담패설들이 많다. 남여 성관계에 빗댄 용어들이 난무한다.
그것은 골프가 서양이나 동양이나 시간이 많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하다보니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것이다.
“어머, 오비야”
정여사가 백 나인 첫 티에서 티샷을 하고 한탄을 했다.
“잘 하면 공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구, 도망간 애인하고 오비 난 공은 찾아도 헛것이에요.”
“그래요? 저희들은 집 나간 마누라와 오비 난 공을 그렇게 말하는데...”
“호호호”
그녀들은 깔깔 웃었다. 어느새 골프 분위기가 흠뻑 진해졌다.
“오케이입니다. 오비도 나고 하셨는데. 요즘 기마이 강조주간이라서 그 정도는 오케이 됩니다.”
“기마이 강조 주간? 그런 것도 있어요?”
“가끔 있습니다.”
“호호, 매 홀마다 있었으면 좋겠다.”
“매 홀마다 있으면, 너무 헤프다 소리 안 듣겠어요?”
“헤프면 어때요? 노는 구멍들인데...”
대화가 이 정도로 거침이 없으면, 대충 눈치를 챌 만하다.
안사돈도 처음에는 어색해 했으나, 어느새 분위기에 젖어서 맞장구는 치지 않았지만 웃을 때는 같이 웃어 주었다.
“역시, 이래서 골프는 남자하고 같이 해야 재미있어. 사장님 참 매너도 좋으시고, 재미있는데, 매 달 정기적으로 한 번씩 같이 라운드 어때요?”
“불러만 주신다면 기꺼이 모셔야지요.”
“그 말, 책임 지셔야 해요.”
“그럼요,”
“그럼 마치고 나서 연락처나 주세요.”
“네.”
만약 다른 여자들이었다면 큰 일 날 소리였다. 골프장 꽃뱀일지도 모르는데 그렇게는 못하지. 안사돈이 있으니 마음 놓고 큰 소리를 쳤다. 오히려 꼭 그렇게 되기를 빌었다.
안사돈도 싫지 않는 표정이었다.
다시 골프에 집중하면서 정성껏 가르쳐 주고 이끌어 주었다.
“어머, 정말 오늘 90타를 깼네.”
정여사가 라운드가 끝나고 캐디에게 스코어 카드를 받아 들고서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오늘 정말 잘 치시던데요. 곧 싱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늘 나도 베스트 기록했어요.”
작은 여자가 말했다.
“오늘 우리가 좋은 분 만나서 골프가 발전했네. 정말 고마워요. 끝나고 정말 간단하게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어요. 싱글만 되게 해 주시면 정말 단단히 한 턱 쓸게요.”
“말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아니, 정말이에요. 캐디피를 내셨으니, 저녁은 꼭 우리가 사게 해 주세요. 어때요? 모두 괜찮죠?”
정여사가 다른 두 여자를 보고 말했다. 작은 여자는 기꺼이 찬성을 했고, 안사돈은 좀 난감한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일단 말대로 하자고 눈짓을 했다.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아직 그녀들은 나오지 않았다. 여자들은 샤워를 하고 화장을 고치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니 안사돈이 먼저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짧은 머리에 선글라스를 걸쳤다. 엄청나게 세련된 모습이었다. 클럽 하우스에 있는 사람들이 한번씩 다 쳐다보았다. 짙은 녹색 스커트에 투명한 커피색 스타킹을 신고, 흰색의 실크 블라우스를 걸쳤다.
스커트와 맞춘 가디건이 훌륭한 매치를 이루었다. 왼쪽 발목에 가느다란 발찌가 보였다. 섹시와 세련미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황홀했는데,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아뇨. 조금 전에. 커피나 한 잔 할까요?”
“음료수를 마시고 싶어요, 목이 마르네요.”
“골프 치니 어때요?”
“처음엔 별로 몰랐는데, 오늘 사돈 덕분에 재미있었어요. 많이 탔지요?”
여자들은 골프를 하면 햇볕에 그을리는 것을 참 신경쓴다.
“아뇨, 원래 피부가 희어서 그런지 전혀 아닙니다. 바깥사돈하고 언제 같이 한 번 합시다.”
“그 사람, 자기 일에 바빠서 그럴 틈이 있나요?”
말투가 갑자기 싸늘했다. 직감적으로 부부간에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바깥사돈이야 워낙 유명인사니까. 그렇지요.”
“유명하면 자기 좋은 유명한 것이지. 윤정이가 무슨 말을 안 해요?”
“무슨 말을.......?”
윤정이는 내 딸 이름이었다.
“그럼 그만 할래요. 역시 윤정이가 참 미더워요.”
“시집가면 시집 귀신 되라고 엄하게 가르쳤지요.”
“호호, 요즘 아이들이 어디 그러나요. 하지만 윤정이는 참 싹싹해요. 요즘 그 애 없으면 참 심심해서 어찌 살까 싶어요.”
“못난 딸을 칭찬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아유, 제가 고맙지요, 그런 참한 딸을 주셔서.”
“오늘 미인이신 사돈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어머, 무슨 그런 말씀을, 미인은 무슨.... 이 나이에....”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본 여자 중에 최고 미인입니다. 오늘 골프 치러 온 사람들, 아마 안사돈 얼굴 본 것만으로도 본전 뽑았을 겁니다.”
“어머, 사돈께서 참 농담도 잘 하신다. 호호호”
그녀는 그 말에 감동이 된 듯이 주위를 살피면서 밝게 웃었다.
“와, 벌써 나와서 데이트 하시네.”
정여사가 다가오면서 말을 했다. 젖은 머리칼을 흔들면서 풍만한 몸을 흔들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그렇게 못 생긴 얼굴이 아니었지만, 안사돈 곁에 있으니 장미 옆에 떨어진 잡초였다.
그러나 꽤 기품은 있어 보였다. 안사돈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사장님이 우리 그늘 집하고, 클럽 하우스까지 다 계산 하셨네.”
그녀는 빌지를 들고 다가 왔다.
“너무 신세를 많이 집니다. 저녁은 반드시 우리가 사겠습니다.”
작은 여자가 나오자 우리는 일어섰다.
“골프장 나가셔서, 부곡 온천 쪽으로 가시면 ‘동경’이라는 일식집이 있어요, 그곳으로 가요. 고기 집은 냄새가 나고 시끄러워서 싫어요.”
“네, 좋습니다.”
정여사가 운전을 하는데, 도요다 아발론을 타고 왔다. 역시 그만그만한 귀부인들이었다. 바깥사돈은 벤츠를 타고 다닌다. 안사돈도 BMW를 사위와 같이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라는 것이 사실 타보면 별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우선은 그 사람의 판단을 하는데 지표가 된다.
간단하게 식사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녀들은 달랐다.
“사장님 오늘 시간이 괜찮으시죠?”
“네?”
“오늘 제가 90파를 한 기념으로 술 한 잔 사겠어요. 호호호”
정여사가 기분이 들떠서 말을 했다.
“골프 채 잡구, 87타를 친 것이 처음이에요. 늘 90을 못 깨서 얼마나 속이 상했는데. 아까 4 번 홀에서 사장님 말씀대로 세컨 샷에 아이언을 잡고, 12번 홀에서 티샷을 우드 5번으로 한 것 때문에 그렇게 되었어요. 보통 때 같았으면 아마 오비나 냈을 건데.”
“맞아. 언니. 나도 7번 홀에서 숏 홀이라서 원 온 시키려고 우드로 치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아이언으로 치라고 했자나. 투온 시키라고 하면서, 그것이 딱 맞았어. 이상하게 우드로 하면 방향이 안 좋거든. 남은 거리가 내가 좋아하는 피칭 거리자나. 딱 붙여서 파를 잡았잖수,”
“맞아. 너 그 홀에서 어프로치 정말 좋았어. 이제야 골프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아. 사장님 오늘 정말 너무 레슨이 고마웠어요. 그리고 사장님 폼이 너무 부드러워서 그 흉내를 내다보니 우리도 잘 됐어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안사돈은 그저 흐뭇한 미소만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신여산 뭐가 뭔지 모를 거야. 하지만 오늘 많이 배웠을 걸?”
“네. 저도 오늘 사장님이 개인 지도를 많이 해주어서 스윙이 한결 쉬워 진 것 같아요.”
“맞아. 연습장 시시한 프로보다 나아.”
음식과 함께 술이 들어왔다. 화이트 와인이었다.
“건배 합시다.”
정여사가 호기를 부렸다. 처음엔 그저 간단하게 하려는 마음이었는데 술이 들어가면 그렇게 안 된다. 와인을 세 병이나 비웠다. 그러니 모두들 취기가 올랐다.
“언니, 모처럼 기분도 좋은데, 술이 깰 때까지 우리 운동이나 하자.”
“좋지”
정여사와 작은 여자가 약간 취기가 오른 말투로 주고 받았다.
“이 상태로는 운전을 못하니 잠간 놀다가 갑시다, 사장님”
“네. 좋습니다."
다음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