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아줌마의 비밀
윤 설 아
(상편)
“아줌마 힘은 아껴서 뭐 할러고 그래요?”
“벌써 며칠 째인데 분위기도 파악 못하고 그래요~”
“에잇 참 네!!!!!”
“아이 씨~ 아줌마 아~~!! 이런 걸 가져 오면 어떡해요!! 우이 씨~”
나이 서른여덟 살에 공사장에서 잡부 일을 하는 준이 엄마는 요즘 한참 동생뻘 같은
미장공에게 엄청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주위 아줌마들이 ‘요즘 노가다 해먹기도 엄청 힘들다.’ 라는 소리에 별다른 관심조차도
없다가 막상 가정적으로 어려워서 공사장에 나가서 잡부의 일을 하려니 힘이 들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새파란 젊은 놈에게 반말 짓거리로 해대는 잔소리를 듣고 있자니
속에서 화가 엄청나게 치밀었다.
남편이란 작자가 노름판에서 퇴직금마저 날려서 먹고 들어오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준이 엄마는 생활의 전선에 직접 뛰어 들었다.
이제 겨우 여섯 달째 일머리를 아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아 글쎄 항상 한 조가 되어서
일을 하는 새파란 미장공 총각 녀석이 자기에게 해대는 꼴이 영 마음에 들지를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나이 살도 몇 살 쳐 먹지 않은 녀석이 미장공이 뭐 그리 대단한지 마치 자기를 하녀
부리듯이 하였다.
한 번씩 그녀석이 소리라도 치는 날 에는 가슴이 벌렁벌렁하면서 온몸이 후들거리는
것이었다.
공사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공사장에서 함께 잡부의 일을 하는
아줌마에게 준이 엄마가 넌지시 물었다.
“저어, 아줌마, 아줌마도 일을 할 때에 잔소리 많이 들어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아 예 때려치우고 싶다니까요”
준이 엄마가 열을 받아 막 떠벌리고 있으니까
“아이고~ 준이 엄마~
까짓 미장공 하나를 못 휘어잡아서 야단을 맞아? 머리를 써라 머리를~~”
“앵~ 머리를 써 라니? 아줌마, 어떤 머리를?”
준이 엄마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맹하니 묻자 아줌마는 그것도 모르느냐는
듯이 물끄러미 준이 엄마를 쳐다보다가 이내 준이 엄마의 귀에다 대고는 살짝
말을 해 주었다.
그 순간,
준이 엄마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가 되어 할 말을 잃은 채 놀란 눈으로 상대방
아줌마의 얼굴을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렇지 ~~ 내일은 내가 맛있는 음식을 좀 만들어서 싸들고 가야겠다.)
다음날 준이 엄마는 도시락에 계란말이 김밥이랑 새우튀김이랑 요리를 좀 신경을
써서 가지고 갔다.
“아유~~ 총각~ 우리 조금 쉬면서 이것 좀 먹고 일 해요~ 호호호~”
준이 엄마의 친절한 안내 멘트에도 미장공 녀석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곁눈질로 힐끗 보면서 말했다.
“응, 쉬어요? 이제 일을 시작 했는데~ 일 하기 싫으면 아줌마 혼자서 쉬어요.”
(이 싸가지 없는 새끼! 누나 같은 여자가 좀 쉬면서 김밥을 먹자고 하면 얼른
고맙다고 하면서 쳐 먹을 것이지......)
준이 엄마가 마음속으로 미장공 녀석을 향하여 한참 욕을 하고 있는데
옆 칸에서 일을 하고 있던 아줌마와 미장공 아저씨가 찾아왔다.
“아이고~ 준이 엄마, 이제 우리 좀 쉬었다가 해!”
“그려, 자네도 이제 그만 하고 이리 와서 함께 좀 먹고 일을 해, 엉~~~”
옆 칸에서 일을 하다가 찾아 온 아줌마와 아저씨가 미장공 녀석을 보면서 말했다.
“아, 그래요, 형님, 형수님도 와서 그러시는데 좀 쉬었다 할까요?”
(오잉~~~ 아니, 저 새끼는 조금 전에 내가 좀 쉬자고 할 때에는 끔쩍도 않더니
옆칸 아저씨 아줌마가 와서 쉬자고 하니 당장에 오우 케이네)
이리하여 내 사람은 공사장 바닥에 앉아서 준이 엄마가 싸가지고 온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날은 그 녀석도 체면이 있었는지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대신에 갑자기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큰소리로 잘 부르지도 못하는 유행가를
계속 불렀다.
“학창 시절에~~~ 앗싸~~~ 함께 춤을 추어 보는~~~ 상하이 트위스트~~~~”
그 다음 날도 준이 엄마는 계란말이 김밥과 생선 튀김을 만들어 가지고 갔다.
이제는 말을 안 해도 옆 칸에서 일을 하는 아줌마와 아저씨가 찾아오면 함께
앉아서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했다.
이렇게 하여 미장공 녀석의 잔소리는 끝이 났다.
(그래, 입에 먹을 것을 쳐 먹여 주니 새끼가 조용해 졌네)
공사장에서 함께 일을 마치며 준이 엄마는 미장공 녀석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중얼 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옷을 갈아서 입으려고 공사장 사무실로 막 가려는데 녀석이 갑자기 말했다.
“아줌마 잠시 시간 좀 낼 수 있어요~”
준이 엄마가 멈칫 하며 녀석을 바라보자
“아~ 별 뜻은 없고~ 모처럼 아줌마에게 저녁 식사를 사 주고 싶어서~”
(오잉~ 저 새끼가 왜 그래? 영 오늘은 딴 판이네)
준이 엄마는 녀석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대답했다.
“아, 그러지요, 뭐”
옷을 갈아입은 준이 엄마는 녀석의 세피아 승용차를 함께 타고 시내의
번화가에 있는 음식점으로 갔다.
모처럼 녀석과 함께 준이 엄마는 식당에서 돼지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먹으며 출출하던 참에 맛있게 잘 먹었다.
둘이서 저녁을 먹고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 글쎄 녀석이 갑자기
자동차 드라이버를 하자며 차를 시외로 몰아서 나갔다.
어쩔 수 없이 저녁도 얻은 먹은 김에 냉정하게 뿌리치지도 못하고 녀석이
하자는 대로 준이 엄마는 말없이 그대로 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녀석이 갑자기 길옆에 차를 세우더니 휴대폰으로 통화를 했다.
“아, 형님, 저녁을 다 먹었으면 얼른 형수님과 빨리 달려 안 오고 뭐하고 계시오,
우리는 저녁을 벌써 다 먹고 그리로 가는 길인데.........”
통화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바로 같은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저씨의 목소리였다.
통화를 끝낸 녀석은 옆에 앉은 준이엄마를 보면서 아주 기분이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이왕 저녁을 사주는 것, 아예 영화까지 보여 주려고 하는데 싫다고는
안 하겠지요”
(아니, 뭐, 영화까지 보여 준다고, 아니, 오늘 이 새끼가 영 이상하네?”